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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7411208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4-11-01
책 소개
목차
꽃밥
도까비의 밤
요정 생물
참 묘한 세상
오쿠린바
얼음 나비
작품 해설
옮긴이의 글(처음 번역하며)
옮긴이의 (다시 번역하며)
리뷰
책속에서
고개를 들자, 그 해골 같은 할아버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후미코의 어깨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부모 자식 간이란 모습이 바뀌어도 금방 통하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노인은 후미코가 자기 딸의 환생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챈 듯했다.
“너, 기요미지? 내 딸 기요미 …… 맞지?”
후미코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이며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그 눈이 당혹스럽다는 듯 순간적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손대지 마세요!”
나는 노인과 후미코 사이로 파고들었다. 거의 내 정신이 아니었다.
“얘 이름은 후미코라고요! 내 동생이에요. 당신네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나는 있는 힘껏 후미코를 껴안았다.
오빠란 이 세상에서 가장 손해가 큰 역할이다. 언제 어디서든 동생을 지켜 줘야 한다.
- <꽃밥> 중에서
당황해서 밖을 내다보자, 정호가 바다 같은 지붕 위를 즐겁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휙 휙 피리 소리 같은 소리를 내면서 이 지붕에서 저 지붕으로 날아다녔다. 그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아주 느긋해 보였다.
나를 본 정호는 신이 난 듯 공중제비를 돌았다. 입고 있는 러닝셔츠가 바람에 부풀어, 나는 그가 거기에 있다고 실감할 수 있었다.
‘아, 그랬구나.’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정호는 누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몸이 자유로워진 것이 기뻐서 신 나게 놀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놀러 다닌 것이었다. 지겹도록 내리는 비에 갇혀 있던 아이가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 아래로 뛰쳐나가는 것처럼.
- <도까비의 밤> 중에서
그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여자가 내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빨간 바탕에 노랑과 보라색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소맷자락이 초롱처럼 넓게 퍼져 있었다. 짧은 치맛자락 밖으로 드러난 맨다리가 가을 햇살 아래 눈이 부시도록 하앴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미소 띤 얼굴이었다. 하얀 이가 드러나 보이고 예쁘게 손질한 눈썹으로 치장한 눈은 촉촉하게 젖어 반짝거렸다. 즐겁고 신 나는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아, 엄마 …….’ 그 여자는 엄마였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금방 못 알아봤지만, 일단 엄마라는 것을 알자 어느 모로 보나 틀림없는 우리 엄마였다.
엄마는 커다란 빨간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 가방도 본 적이 있었다. 아빠가 지붕에서 떨어져 며칠 동안 입원했었는데, 그때 병원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갔던 가방이었다. 가방이 그때 보다 훨씬 빵빵했다.
- <요정 생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