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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79301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23-07-0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역시 여자 혼자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무조건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또 다른 사람들이 여러 명 건너가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나는 건너지 않는다……라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쥐라에게 연락할 마음 따위는 전혀 없었다.
도둑질하는 여자라는 것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심지어 여자를 때리는 은 목걸이 아저씨랑 같이 지내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상종해봤자 이득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귀찮은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쥐라에게는 관심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당히 예쁘기도 하고, 너무 어수룩한 점이 귀엽기도 하니까. 한 번쯤은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절대로 불가능할 테지만……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내 눈으로 직접 안드로메다은하를 보고 싶어.”
너무나 좋아하는 별 이야기가 나오자 활기가 넘쳐서 무의식중에 그런 말을 해버렸다.
실은 이것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비밀—— 어린 시절부터 쭉 진지하게 빌었던 소원이다.
우주선 창문 너머로 봐도 되고, 우주복의 어항 같은 헬멧 너머로 봐도 된다. 그저 내 눈으로 직접 저 우주 공간에서 빛나는 안드로메다은하를 볼 수만 있다면, 그 직후에 죽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은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성능 망원경을 이용하면 뿌옇게 흐려진 그 모습은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진으로 알려진 모습과는 전혀 달라서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지구에서는 그 정도가 한계인 것이다.
‘좋아. 뒷일은 될 대로 돼라.’
나는 운전석으로 이동해서 재빨리 그 안에 올라탔다.
“에르메스 씨! 뭐 하는 거예요? 구레 아저씨가 오면 혼날 텐데.”
“아냐, 안 혼나.”
“구레 아저씨는 이 차를 진짜로 아끼는걸요. 함부로 만지면…….”
“안 혼난다니까. 왜냐하면 그 녀석과 나는 이대로 얼굴도 안 마주칠 거니까.”
나는 안전벨트를 매고 핸들을 붙잡았다.
“이대로 도망치자. 쥐라.”
나는 처음으로 쥐라를 ‘쥐라’라고만 불렀다.
“정말로?”
“응, 정말로. 너를 그 남자에게 다시 보내진 않을 거야.”
자동차를 후진시키면서 핸들을 꺾자, 액셀을 너무 세게 밟았는지 타이어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에르메스 씨, 운전할 줄 알아?”
“할 줄 아니까 탔지. 뭐, 실제로 운전하는 것은 거의 5년 만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