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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7418245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6-05-15
책 소개
목차
전화 | 귀성 | 대역 | 거리 | 장마철 하늘 | 핏줄 | 망설임 | 있을 곳 | 인연 | 축배
모녀 | 소망 | 한숨 | 주홍빛 하늘 |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사랑이나 연애 따위는 일정 나이가 되면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필요치 않아지는 시기, 까맣게 잊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했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는 사실에 기대는 마음도 있었다. 이제 사랑도 연애도 필요 없다.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혼자서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기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있다. 하루빨리 그렇게 되고 싶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역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언제든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생물인 듯하다.
그 깨달음에 유키오는 낙담했다. 그렇다면 언제가 되어야 사랑과 연애라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늙음은 당연히 육체에 나타난다. 하지만 진정한 늙음은 그 안쪽에 있는 것이 무너지고 스러지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잘한 균열 같은 것이 가와데 노인을 뒤덮고 있었다.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만 …….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위해서 살지만,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고.”
할머니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다. 아주 청결한 울림을 지닌 상큼한 말처럼 들렸다.
“나도 조금은 더 살 수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구나.”
유키오는 가와데 노인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사랑이 목숨과 이어져 있다면, 그것은 마음 든든한 일일까, 아니면 잔인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