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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1009309
· 쪽수 : 624쪽
· 출판일 : 2014-12-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30년 전쟁이 한창이던 때의 어딘가 - 서기 1637년 11월
1. 벨텐부르크 근처 도나우 골짜기 - 서기 1662년 8월 13일 25년 뒤
2. 숀가우 - 서기 1662년 8월 13일
3. 숀가우 - 서기 1662년 8월 13일 ~ 14일
4.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19일5
5.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19 ~ 20일
6.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0일 이른 아침
7.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0일 정오
8.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1일 이른 아침
9.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2일 아침 9시
10.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4일 새벽
11.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4일 정오
12.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5일 아침
13.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6일 아침
14.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8월 26일 정오
에필로그. 레겐스부르크 - 서기 1662년, 두 달 뒤
리뷰
책속에서
살육은 몇 분 만에 끝났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이 흘린 핏물 속에 누워 있었다. 집 안의 박살 난 탁자, 침대, 의자 사이에 누워 있거나 거리에 쓰러져서 신음했다. 필립 레트너는 한 사람씩 차례로 찾아다니며 목을 베어버렸다. 용병 두 명이 마을 광장의 우물 속에 죽은 농부를 던져 넣었다. 그 살이 썩으면서 우물물이 더러워지면, 앞으로 한참 동안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될 것이다. 다른 용병들은 집들을 뒤지며 먹을 것이나 귀중품을 찾았다. 약탈할 물건이 별로 없었다. 녹슨 동전 몇 개, 은수저 두 개, 싸구려 목걸이 몇 개, 묵주 몇 개. 어린 카를 레트너는 트렁크에서 찾아낸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투르게 춤을 추듯 돌아다니며 째지는 듯한 가성으로 결혼식 노래를 불렸다. 그러다 그가 진흙 웅덩이에 거꾸로 처박히자 다른 사람들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피와 진흙으로 더러워진 웨딩드레스가 누더기처럼 찢어져서 그의 몸에 매달려 있었다.
퀴슬은 천천히 집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나무 칸막이들이 양편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방을 개인 공간으로 나누고 있었다. 사형집행인은 각각의 공간마다 긴 나무 의자와 커다란 나무 욕조가 하나씩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왼편의 마지막 욕조에 누이동생이 남편과 나란히 있었다.
엘리자페트 호프만과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스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크게 뜬 채 누워 있었다. 천장에서 펼쳐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경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형집행인은 순간 동생 부부가 아침 목욕을 즐기는 줄 알았지만, 두 사람 모두 옷을 완전히 입고 있었다. 리즈베트의 오른팔이 욕조 가장자리에 걸쳐 있고, 집게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묵직한 촛농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똑… 똑… 똑….
퀴슬은 욕조 위로 몸을 구부려 미지근한 물을 손으로 쓸었다.
짙은 빨간색이었다. 리즈베트 목의 베인 자국이 이제야 퀴슬의 눈에 띄었다. 그 상처가 또 하나의 입처럼 그를 향해 씩 웃고 있었다. 동생의 검은 머리카락이 핏물 표면에 엉킨 그물처럼 떠 있었다. 안드레아스 호프만의 목을 벤 자국은 워낙 깊어서 머리가 거의 몸통과 분리될 지경이었다.
눈은 레겐스부르크의 베테랑 매춘부이자 아마포 염색공의 딸인 카타리나 손라이트너가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을 아주 자세히 기록해두었다. 고통을 주기 시작한 지 정확히 7일 하고 4시간 뒤 그녀는 마침내 몸에 걸친 옷가지를 찢어버리고 몸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살갗이 벗겨져서 속살이 드러날 정도였다. 카타리나는 온몸에 생긴 상처들을 홀린 듯이 살피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이로 물어서 끊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는 이쪽 구석에서 저쪽 구석으로 뛰어서 돌아다니며 벽에 이마를 박고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유령들을 쫓아버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저주를 퍼붓다가 곧 발작처럼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웃어대서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카타리나는 작은 감방 안을 회전의(回轉儀)처럼 빙글빙글 돌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머리부터 벽에 쾅 하고 부딪혀 바닥에 쓰러진 뒤 피를 흘리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