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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15460
· 쪽수 : 121쪽
· 출판일 : 2004-10-28
책 소개
목차
제1부
열정
고독
마을
입구
열쇠
일요일
手
동물원
밥
산책
일식
휴일
제야
누에가 노래한다
모란시장에서
복수
소행성 에로스에 대하여
제2부
달
늪
장미원
물
흰벽 속으로
축제
연등
나팔
미궁
만남
구름의 창
신촌에서 원숭이를 보았네
2월
저녁식사
불운
동물원 2
부엌
어떤 풍경
골목
제3부
소풍
고독 2
소풍 2
북어를 일별하다
모독
꽃집 여자
푸른 슬리퍼
정오
송년파티
소문
광장
얼굴
첫 페이지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는 사람
저녁
횡단보도
슬픔
공원
제4부
몰락
분홍신을 추억함
귀환
어떤 강
희망
구두를 버리다
아귀
숲
어항
내가 본 것
새점을 치는 노인
우포늪
지하도 입구에서
십이월의 書架
늪 2
아무도 보지 못한 풍경
해설 ㅣ 고독의 유물론 - 이광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手
지하철 안에서 졸다 눈뜨면 불쑥, 어떤 손이 다가온다. 무거운 고개를 처박고 침 흘리며 졸고 있던 나를 뚫어지게 보며 움푹한 손 내밀고 있는 노파. 창 밖에는 가물가물 빈 등(燈)이 흐르고 헛되이 씹고 또 씹던 질긴 시간을 열차가 거슬러 갈 때, 내가 마신 수천 드럼의 물과 불, 수만 톤의 공기와 밥알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혓바닥으로 무수히 핥아댄 더러운 손. 환멸의 등은 꽃처럼 발등에 떨어지고 움켜쥔 손바닥에서 타오르던 길은 뜨거운 머리카락처럼 헤쳐진다. 살얼음 낀 공중변소 깨진 거울 앞에서 천천히 목을 졸라보던 손, 이제 검은 넥타이는 풀어지고 딱딱한 벽돌처럼 혀는 굳어 있다.
그러니 이 지리멸렬의 세계여, 내민 손을 거두어라. 찌그러진 심장을 움켜쥔 누추한 손을 이제 그만 접어라. 젖은 이마에 등을 켜고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갈 때 천장에 매달린 가죽 藍袖?한꺼번에 흔들리고 세계의 지루한 목구멍이 찬란하게 드러난다. 악착같이 손 내밀고 있는 노파의 구부러진 등 힘껏 떠밀고 나는 어둠으로 꽉 찬 통로를 달려간다.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입에 물고 있던 무수한 칼 쨍강쨍강 뱉어내며. 팽팽하게 당겨진 검은 피륙의 시간을 찌익 가르며 열차는 광폭하게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