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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32024080
· 쪽수 : 188쪽
책 소개
목차
눈먼 부엉이
옮긴이의 말 |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가지
-헤다야트, 이란 그리고 <눈먼 부엉이>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타인들은 결코 그런 고통을 믿지 못하고 정신 나간 이야기로 치부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 그 고통에 대해서 묘사하거나 언급이라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남들의 태도를 따라서, 혹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의심 섞인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무시해버리려고 한다. 아직 인간은 그런 고통을 치유할 만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술을 마시고 망각해버리는 것, 혹은 아편이나 약물에 취해 인공적인 잠에 빠져드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고통은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잠시 후 더욱 격렬한 형태로 되돌아오고 만다.
그 소녀는, 아니 그 천사는, 내 영감의 유일한 원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의 원천이었다. 그녀는 몹시도 섬세한 존재여서 인간이 감히 그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 마음속에 경배의 감정이 솟아나게 만들었다. 만약 어떤 다른 낯선 사람, 어떤 평범한 인간의 눈길이 닿는다면 그녀는 그대로 시들어버리고 말라갈 것이다. 나는 단 한 순간도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인생 전체를 독살했다. […] 이제 나는 불행과 가난의 냄새만이 진동하는 이 무덤 같은 방에서, 나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며 벽의 아주 조그만 틈새까지도 전부 장악하고 있는 이 방의 무거운 어둠 속에서, 시체와 함께 차갑고 어두운, 끝없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마지막까지, 이 방에서 죽은 그녀와 함께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