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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프랑스철학
· ISBN : 9788932038780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21-07-09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희극성
1. 희극성 개요
2. 희극성의 원천
3. 형태의 희극성
4. 움직임의 희극성
5. 희극성의 확산력
2장 상황의 희극성과 말의 희극성
1. 상황의 희극성
2. 말의 희극성
3장 성격의 희극성
1. 예술과 희극의 차이
2. 희극적 성격과 허영
3. 직업과 희극성
4. 부조리와 희극성
5. 웃음의 복합성
23판에 붙인 저자의 부록-희극성의 정의 및 그 방법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러므로 우리의 웃음은 언제나 한 집단의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기차나 음식점의 테이블에서 여행객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지러지게 웃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아주 우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들과 같은 일행이라면 누구나 웃게 된다. 그러나 일행이 아닌 사람에게는 웃을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설교를 듣고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데 유독 울지 않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았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이 교회 소속이 아니랍니다.” 눈물에 대한 이 사람의 생각은 웃음에 더 잘 적용될 것이다. 사람들은 웃음이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웃음에는, 실제로든 상상으로든 함께 웃는 타인들과의 일치된 생각, 말하자면 일종의 공범 의식 같은 것이 숨어 있다. 극장에서 관객의 웃음은 장내가 가득 찰수록 더 커진다는 것, 이는 얼마나 많이 이야기되어온 사실인가?
이렇게 해서 파스칼이 『팡세』의 한 구절에서 제기한 작은 의문이 풀린다. “서로 닮은 두 얼굴이 특별히 웃음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인은 없는데도 함께 있으면 그 유사함으로 인해 우리를 웃게 한다.”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설가의 몸짓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우스꽝스럽지 않아도 반복이 되면 웃음을 자아낸다.” 그 이유는, 살아 있는 생명은 결코 반복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복이 있고 완벽한 유사함이 있으면, 우리는 살아 있는 것 뒤에 기계적인 것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도 닮은 두 얼굴에 대한 인상을 분석해보라. 그러면 아마도 똑같은 틀에서 얻어낸 두 개의 견본, 혹은 같은 도장 자국, 또는 같은 원판에서 인화된 두 장의 사진, 결국 산업 제작 방식을 연상하게 됨을 깨닫게 되리라. 생명이 기계적인 것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 여기에 바로 웃음의 진정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삶에서 모든 진지함은 우리의 자유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오래 간직했던 감정이나 은밀히 품었던 열정, 깊은 생각 끝에 결정해서 실행했던 행동, 이 모두가 우리의 것인바, 이 때문에 삶은 심각하고 때로는 극적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희극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자유를 조종하는 실이 숨겨져 있다고 상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