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현대철학 일반
· ISBN : 9791166844195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5-06-13
책 소개
나는 나를 어떻게 형성하며,
나는 나의 미래를 어떻게 정초해 갈 것인가?“
지속과 직관의 철학자 베르그송의 중요한 저작
물질과 정신을 매개하는 기억에 대하여
앙리 베르그송은 생철학자이자 형이상학자로 지속, 의식, 생명에 관한 문제를 독창적으로 사유했으며, 특히 지속과 직관을 통해 의식과 세계를 생성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그의 철학은 들뢰즈, 메를로퐁티와 같은 20세기 철학자들에게뿐 아니라 오늘날의 현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 책 『물질과 기억』은 베르그송 사유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저작으로 이미지와 기억이라는 개념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탐구해 나간다. 여기에는 지각과 기억, 육체와 정신, 이미지와 의식 등 베르그송 철학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들이 본격적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베르그송은 당시 심리학과 생리학의 성과들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면서 기억이 단순히 뇌의 물리적 흔적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인 지속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과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지각과 기억의 작용이 단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에 그치지 않고 삶과 행동을 향해 조직되는 유기적 흐름임을 드러냄으로써 데카르트적 이원론이나 관념론 및 유물론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철학적 입장을 제시했다.
“물질은 이미지이고, 정신은 기억이다”
이미지와 기억을 통해 본 물질과 정신의 관계
서문, 요약과 결론을 제외하고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이 앞 장의 논의를 심화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베르그송은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에서 정신과 물질의 실재를 주장하고, 기억을 통해 두 요소 간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함을 밝힌다. 1장에서는 감각적 지각의 출발점으로서 육체의 고유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베르그송은 세계를 이미지들의 체계로 파악하며, 이 가운데 육체는 외부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가능성을 선택하고 조직하는 중심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2장에서는 기억의 두 가지 형태, 즉 반복을 통해 육체에 새겨지는 습관적 기억과, 과거가 이미지 형태로 보존되는 이미지 기억을 구분하여 이 두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식별(재인)이란 유사성에 의한 관념들의 연합이 아니라 육체의 운동기제에 기반한 자동적 인식(식별)과 대상을 파악하고자 과거의 이미지를 조회하는 주의 깊은 인식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3장에서는 순수 기억의 잠재적 성격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일반 관념 및 정신적 삶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기억은 과거 전체와 공존하는 의식의 형태로 제시되며, 정신은 육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사성과 일반성을 분별해 내는 능동적 주체로서 드러난다. 4장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정신과 물질이 각기 고유한 지속을 지닌 실재로서 어떻게 서로 접촉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사유한다. 베르그송은 연속성과 상호침투성의 관점에서 물질의 고정적 이미지가 아닌, 확장과 지속의 관점에서 재구성되는 물질 세계를 제시하며, 정신과 물질을 연결 짓는 직관적 철학 방법을 강조한다. 이같이 이 책의 각 장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베르그송의 주요 개념들이 점진적으로 정교화되고 통합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원전의 의미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독자를 고려한 풍부한 주석과 부록
세창클래식으로 새롭게 만나는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
현재 제주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30년간 철학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 온 역자 이명곤 교수는 기존의 철학 이론이나 개념뿐 아니라 당시 논의되고 있던 과학 및 의학 이론과 개념들이 난해하게 얽힌 원문의 맥락을 신중하게 옮기고자 하였으며, 추상적인 표현만 가지고 어떤 심리적 사태나 병리적 사실을 설명하는 곳이 많은 이 책의 특성을 감안하여 일상적인 실례들을 역주에 넉넉히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두세 문장으로 나누거나, 문장 사이사이에 표현을 추가하는 식으로 의미의 정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장의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다. 이에 더해 베르그송 특유의 의미나 뉘앙스를 담고 있으면서 자주 등장해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용어들에 대해서는 부록에 해설을 수록하여 독자들이 책을 읽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하였다. 난해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본서가 보다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길 기대한 이번 새로운 번역은, 철학 전공자는 물론 베르그송 철학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차
옮긴이의 말
서문
1장 표상을 위한 이미지의 선택에 관하여 ― 육체의 역할
2장 이미지의 식별에 관하여 ― 기억과 뇌
3장 이미지들의 존속에 관하여 ― 기억과 정신
4장 이미지의 경계와 고정에 관하여 ― 지각과 물질/영혼과 육체
요약과 결론
주요 개념 정리
베르그송 연보
책속에서
그러나 만일 내 몸이 자신을 둘러싼 대상들에 대해 실제적이고 새로운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내 몸은 이 대상들에 대해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이미지는 이른바 자연법칙에 적합하게 하나의 결정적이고 계산 가능한 방식으로 다른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이 이미지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변 지역을 탐색할 필요도 없고 단순히 가능한 몇 가지 작업을 미리 시도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행동은 시간이 되면 저절로 수행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나의 몸이라고 부르는 이 이미지의 역할이 다른 이미지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실제적으로 가능한 여러 단계들 사이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이 같은 감각들은 어떻게 확장을 가지게 되며 또 나는 어떻게 외면성(l’exteriorite)의 개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경험이 증명해 주듯이 만일 일련의 이미지들이 [나의 몸에 대한 이미지보다] 먼저 주어진다고 인정하게 된다면, 나는 내 몸이 어떻게 이러한 총체들 사이에서 하나의 특권적인 위치를 가지게 되는지를 매우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다만 나의 몸과 다른 몸들로만 구별되었던 것이 어떻게 내부와 외부의 개념으로 나타나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듯이 나의 육체로부터 출발해 보자.
만일 실제로 외부 지각이 주요 윤곽을 그려 내는 움직임을 촉발한다면, 우리의 기억은 수용된 지각과 유사하고 우리 움직임이 이미 윤곽을 그렸던 옛 이미지를 현재의 지각에 적용한다. 따라서 우리의 기억은 현재의 인식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오히려 이 현재의 인식을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로 창출하거나 혹은 같은 종류의 이미지 기억을 창출함으로써 현재의 지각을 두 배로 늘린다. 만일 소유하고 있거나 다시 기억된 이미지가 통찰된 이미지의 모든 세부 사항을 포함하지 못한다면, 다른 알려진 세부 사항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것에 투사될 때까지 기억의 더 깊고 더 먼 영역에 대한 호출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은 끝없이 계속될 수 있으며, 기억은 지각을 강화하고 풍부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점점 더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의 보충적인 기억을 획득해 낸다. 따라서 때로는 빛을 사방으로 퍼뜨리고 때로는 이 빛을 유일한 한 지점에 집중시키는, 나는 어떤 고정된 빛의 특징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그러한 정신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