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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047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2-08-29
책 소개
목차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돼지가 하는 일
그분이 오신다
타인의 삶
튜브
하늘의 융단
가브리엘의 속삭임
윗집 남자
이것은 내가 쓴 소설이 아니다
해설 | 이것은 당신이 쓴 소설이다 • 허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중근은 나의 이름이다. 『갈리아 전쟁기』를 쓴 ‘카이사르’도 그 책에서 자신을 일인칭 대신 카이사르라고 꼬박꼬박 삼인칭으로 적었다. 내가 카이사르처럼 위대한 인물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머릿속에 수백 개의 팽이가 돌아가면서 메스꺼운 느낌이 들 때 내가 아닌 김중근이라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여기면 도움이 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세상에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스스로와 거리를 둬야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만취 상태로 소변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쪽 다리가 들려.”
백미러 속 산체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구나. 너무 나갔나, 인터뷰를 망쳤나, 실없는 노인네로 오해하면 어쩌나, 애먼 운전대만 으스러져라 쥔 채 전방을 노려보고 있는데 뒤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어. 손수건에 코를 푸는가 싶더니 목젖이 튀어나오도록 웃는 거야. 안전핀이 뽑혀나간 뇌관처럼. 덩달아 웃지 않을 수 없었지. 존중받는 느낌이었거든. 내 6·25든, 내 대길이든, 내 인생이든, 그 무엇이든. 눈가에 이슬이 맺히도록 웃고 났을 때는 산체스가 뒷자리 아닌 옆자리에 앉은 것만 같았다. (「돼지가 하는 일」)
‘그러니 아버지 당신은 슬픔의 높이에서, 부디 지금 저를 모진 눈물로 저주하고 축복해주세요.’
하나 더 고백하자면, 수염을 마저 민 사람은 나였다. 아무리 이를 악물어보아도 반만 남은 수염이 눈꺼풀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수염이 싹 밀리고 드러난 얼굴은 갈 데 없는 내 얼굴이었다. 아들의 얼굴에 아버지의 얼굴이 있는 게 아니다. 아버지의 얼굴에 아들의 얼굴이 있다.
오! 아버지, 나의 숨겨진 아들! (「타인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