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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32041445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23-04-12
책 소개
목차
제1장 이탈
제2장 죽음의 가시
제3장 벼랑 끝
제4장 하루하루
제5장 흘려보내다
제6장 매일의 의례
제7장 오그라든 하루
제8장 아이들과 함께
제9장 과월제過越祭
제10장 한참 뒤
제11장 이사
제12장 입원까지
옮긴이 해설 · 나는 왜 소설을 쓰는가에 대한 고백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정말 사랑하면 그런 짓을 할 리 없을 텐데요. 당신, 둘러대지 않아도 돼요. 날 싫어하잖아요. 싫으면 싫다고 해요. 그건 당신 자유니까 그래도 상관없어요. 분명 싫어했잖아요. 당신, 솔직히 말해봐요. 이번만이 아니죠? 훨씬 더 많잖아요. 대체 몇 명의 여자와 관계한 거죠? 차 마시고 영화만 봤다 해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하나하나 세어봤다. 그때는 신나게 활개 치고 다녔지만 이제는 썩어 악취를 풍기는 어둠의 행위가 수북이 쌓인다. 그렇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생각이 안 나는 척 그냥 넘어간 것도 있다. 일일이 세어보니 좋지 못한 과거의 행태가 한둘이 아니라 스스로도 놀라 입을 다문다.
“난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요. 당신이란 인간은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아내의 추궁이 그 지점으로 되돌아오면 나는 또다시 그 논리에 휘말리지 않을까 겁부터 났기에 아내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버렸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의 가출을 감시하는 것뿐이다. 어쨌든 당분간 자살을 유보해달라고, 앞으로의 내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한 끝에 겨우 아내의 단단한 응어리가 조금 풀린 듯했다.
“……”
“말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