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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2042039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3-12-12
책 소개
목차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긴 예지
기도는 기적의 일부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음 날 비어 있는 미술실로 들어가 팔레트나이프를 두고 나왔어. 모든 것이 감쪽같이 제자리로 돌아갔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선생님이 선물한 새 팔레트나이프가 저 책상 위에 놓여 있었어. 내가 훔친 것과 크기도 모양도 똑같은 것이었지. 그 칼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순간 소름이 끼쳤어. 나한테 일어난 일을 그제야 이해한 거야. 나는 어쩌면 평생 훔친 칼을 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데 이제 내 앞에는 선물받은 칼만이 남아 있었지. 나는 선생님이 나를 용서하는 동시에 구해주었다는 걸 알았어.”
“그거 정말 놀라운 이야기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야. 나를 따라오는 한 줄기 빛이 있는 느낌.”
“정말 그래.”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어쩐지 하나가 된 영혼의 끝에 시간도 공간도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다 사라진대도 괜찮을 것 같아. 무섭지 않을 것 같아.”
“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첫번째 영혼이 분리될 테니까. 아주 작은 차이로 틀어진 나와 너가 생기면 다시 세상이 시작될 테니까. 다시 시간이 흐르고 세계가 존재하고 나는 너를 궁금해하고. 그렇게 아무런 의미 없이 반복하기 위한 반복을 시작할 테니까. 아마도 태초에 영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그건 맞지만…… 그뿐이에요. 제가 원하는 건 딱 거기까지라고요. 이곳에 와서 더 분명하게 알았어요. 세상을 구원하는 거창한 일과 저는 어울리지 않아요.”
도경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효주를 쳐다봤다. 효주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받아냈다. 도경이 말했다.
“한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 그런 강하고 놀라운 마음이 사람을 찾아올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요? 이 무질서한 세상에 그런 질서정연한 선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요.” 「긴 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