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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824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06-07
책 소개
목차
서장원, 「리틀 프라이드」
인터뷰 서장원×조연정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인터뷰 예소연×홍성희
함윤이, 「천사들(가제)」
인터뷰 함윤이×이소
리뷰
책속에서
혜령은 인우보증서를 받을 만한 이런저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게 이름을 불러줬지만, 나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그 사람한테 커밍아웃할 수는 없다거나 이미 연락이 끊긴 지 너무 오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아, 너랑 좀 친하게 지냈다던 그 사람도 있잖아, 오스틴. 그 사람 퇴사했다며?”
“맞아.”
“그 사람에게 부탁하면 어때?”
“그 사람은 호모포비아야.”
―「리틀 프라이드」
우리는 그렇게 태수 씨의 죽음에 관해 우스갯소리를 하고 이것저것 계획하며 삶을 영위해나갔다. 그것은 죽음을 도모하며 삶을 버티는 행위였다. 태수 씨는 자신이 죽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했지만, 자신의 죽음을 계획하는 일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두 가지는 태수 씨에게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렇게 태수 씨가 나와 수진에게 자신의 장례식에 관한 계획 하나를 털어놓게 된 것이었다.
“사실은 말이야, 아빠도 좀 이상한 건 아는데, 유자가 내 장례식에 와줬으면 좋겠다.”
―「그 개와 혁명」
나는 목 이모님의 태블릿 속에서 움직이던 배우들을 떠올린다. 자글자글한 화질로 바삐 움직이던 얼굴들은 모두 죽은 지 오래되었다. 그들의 입은 쉼 없이 움직이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목 이모님은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를 전혀 모를 때도, 움직이는 입 모양만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되는 순간이 있어. 그러므로 나는 천사의 입을 자세히 살핀다. 포기하면 안 돼. 천사가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너희가 날 만들었잖아. 그건 우리 모두에게 모진 짓이었어. 플라스틱 날개를 단 천사는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날 포기하면 안 돼. 나를 책임져야만 해.
―「천사들(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