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 성장기

소도둑 성장기
작가의 말
함윤이 작가 인터뷰

나의
첫
도둑질
그것은 남의 몸속에서 이루어졌다.

엄마는 내가 들고 나온 조각이 이탈 세포나 기형종의 흔적이 아닌, 그 자신의 뼈 같다고 느꼈고, 내가 태어나면서 당신의 뼈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의사와 가족을 비롯한 모두가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으며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득했지만, 엄마는 완고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이 뼈는 내 거야. 그는 병원이 돌려준 뼛조각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얘가 내 뼈를 가져갔어.

도둑질하는 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드넓은 평화와 안전감이었다. 명동이나 강남 한복판의 붐비는 가게에서 손바닥만 한 물건을 훔칠 때면, 내가 지고지순한 녹색 초원 위에 서 있는 듯 느껴졌다. 갓 도둑질한 사물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이면 막 비행을 시작한 새떼의 날갯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무엇을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그런 만큼 진정으로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