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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461427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24-06-25
책 소개
목차
1. 첫 번째 이야기
2. 초록 융단
3. 음악가들의 삶
4. 노래
5. 사랑
6. 마르마라해
7. 숲
8. 강 하구
9. 폭풍우
10. 얼음덩이
11. 내포
12. 침묵
13. 산길
14. 방파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오르간 계단석에 홀로 있고 싶어. 홀로 모든 걸 굽어보면서 말이네. 슈투트가르트 대성당의 중앙홀 위쪽에 홀로. 오직 하늘의 주님과 단둘이. 무엇보다 군중의 눈에 띄지 않고 홀로. 오직 오르간 연주자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연주자니까. 그렇네, 내가 부자라면 아마 클라브생을 그만둘 거야. 그리고 처음 시작한 오르간으로 돌아갈 거네. 그리고 이 도시 저 도시로 떠돌겠지. 이 세상의 도시들을 떠돌길 좋아하는 걸 그만두진 않을 테니까. 그러나 이 살롱 저 살롱을 떠돌진 않을 거네. 이 오르간 저 오르간을 전전할 거야. 돌벽 위, 중앙홀 위쪽, 기념비 같은 거대한 문에 용접된 곳에서, 나무와 쇠, 파이프와 강철로 된 나의 둥지 속에서 홀로, 세상에 홀로, 세상을 홀로 마주할 거네. 지붕 위 굴뚝에 기대거나 빗물받이 함석 홈통 속 요람에 웅크린 고양이들처럼.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버리기를 좋아했다.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달아나길 좋아했다. 그것은 언제나 나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를 추월했다. 나를 뛰어넘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 꿈들의 밑바닥에서 내 안의 기다림이 기다려 온 것이었을 터였다. 어느 날, 여전히 동기를 알지 못하는 그런 갑작스러운 떠남을 경계해 오던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어떤 꿈이건 내 꿈들을 좇고, 더는 나 자신에게 내 모험을 이해시키려거나 그 이유를 찾아 주느라 지체하지 않겠다고. 우선 나는 밤에 그 꿈들을 어느 책의 간지에, 악보 귀퉁이에 적었다. 그 꿈들이 나의 갈망들, 바람들, 희망들, 혐오들을 풀어내서 등급을 매기도록 말이다. 나는 잠에서 깨면서 전조들을 상상했다. 온종일 그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러고 하루가 끝날 무렵, 햇빛이 충분치 않아서 악보 필경을 그만두는 시간이 되면 나는 그 자리에서 온갖 별자리 점과 연이은 긴급한 결정들을 끌어냈다. 양초 심지에 불을 붙이고, 와인을 한 잔 따르고, 타로 카드에서 도주하는 점괘를 뽑는 것이다. 이것이 내 삶이 되었다. 내 삶은 꿈이 결정한 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