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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개정판)

사노 요코 (지은이), 서혜영 (옮긴이)
  |  
을유문화사
2022-04-15
  |  
1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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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책 정보

· 제목 :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개정판)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2474656
· 쪽수 : 324쪽

책 소개

출간 당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개정판이 출간됐다. 사노 요코 특유의 매력과 유쾌함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수필집은 일상에 지쳤거나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독자들에게 대단한 조언 대신, 듣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위안을 준다.

목차

들어가는 글

1. 그것은 영원히 구멍일까

소녀소설은 인류에게 무엇을 했나 / 그것은 영원히 구멍일까 / 생생한 빨간 토슈즈
나의 후지산은 비프스테이크입니다 / 소공녀와 고기만두 / 훈시를 듣던 나날
천장에 붙어 늘어져 있던 메밀국수 /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거짓말도 하나의 방편
서랍과 빵떡모자

2.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류여
창피한 일 / 굉장히 날씨가 좋은 문화의 날이었다 /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류여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 / 다카하시 다카코를 읽은 밤 / 다빈치, 당신 탓이에요
오하구로 힐먼과 국산차 / 인테리어 잡지를 산 날 / 인격자와 우울증
외국어는 괴물들이 쓰는 말이다

3. 여러 종류의 사람과 함께 영화를 봤다
여러 종류의 사람과 함께 영화를 봤다 / 미녀는 응가도 못하나
더스틴 호프만은 너무 헷갈려 / 리얼리티는 궁상맞다 / 극한에서의 초밥과 프랑스 영화
아름다운 사람은 서 있어라

4. 1만 번 회전하는 세탁기
친절 / 마당 / 영어 / 애완동물
합리주의 / 병원 / 세탁기 / 수첩
특별히 볼일은 없는데

5. 멋쟁이 같은 거 난 모른다
나의 반쪽 / 외출복 / 청바지 / 개 / 스키 / 창
백작 부인의 북 / 말 / 개구리 왕자 / 오리 새끼 / 기억
가오루 / 고양이 / 아이 / 가족 / 유화 물감

6. 외국어는 멋있는 음악이다
외국어는 멋있는 음악이다 / 이게 인생이야 / 타국의 장어구이
스페인 시골 읍내의 인생 / 방랑자의 틀니 / 그저 잠만 잘 뿐인 여행
연사戀辭 레슨 / 황야에 서면 나는 남자가 되고 싶다

7. 독서는 나태한 쾌락이다
인텔리 콤플렉스 / 야한 책 / 책 좋아하는 여자의 이혼 확률
어머니란 평생 하는 여가 생활이다 / 지성은 에로틱한 것입니다
소설은 모두 연애소설이다 / 잘 가오 신데렐라 / 몽골말처럼

8. 수화기를 붙들고
자운영 꽃밭에서 / 장례식을 좋아합니다 / 사랑받으며 일찍 죽는 것보다는 낫다
오토바이는 남자의 탈것이다 / 이불은 평생의 반려자입니다 / 수화기를 붙들고
무지 청명한 가을날에는 왠지 사람이 그립다 / 슈욱 사라진다

후기
옮긴이 후기 | 비단결 같았던 그녀의 넋두리

저자소개

사노 요코 (지은이)    정보 더보기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도쿄의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독특한 발상을 토대로 깊은 심리를 잘 묘사하고, 유머 가득한 그림과 리듬 있는 글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그림책으로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와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받은 『나의 모자』를 비롯해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아저씨 우산』 등이 있고,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등의 동화책도 출간했다. 그리고 산문집은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받은 『어쩌면 좋아』를 비롯해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 등 다수가 있다. 2003년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수 포장을 받았고, 2008년에는 이와야 사자나미 문예상을 수상했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그녀가 중년에 쓴 수필집으로, 너무 애쓰지 않는 즐겁고 여유로운 그녀의 삶과 추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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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일한 번역가 및 통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굿바이, 헤이세이』 『반상의 해바라기』 『펭귄 하이웨이』 『거울 속 외딴 성』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레몬일 때』 『쉬 러브스 유-도쿄밴드왜건』 『하드보일드 에그』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도쿄밴드왜건』 『말해도 말해도』 『작은 인연』 『보리밟기 쿠체』 『반딧불이의 무덤』 『시노다 고코의 요리와 인생 이야기』 『번역어 성립 사정』 『그네타기』 『사라진 이틀』 『매리지 블루』 『사이좋은 비둘기파』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지상에서 런치를』 『수화로 말해요』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하노이의 탑』 『가출 기차』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춘정 문어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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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35엔짜리 브로치를 슬쩍한 적이 있다. 그날부터 별안간 경찰 아저씨가 수갑을 들고 교실로 나를 잡으러 올 거라는 공포 때문에 녹초가 될 만큼 지쳤고, 길에서 경찰 아저씨와 마주치면 실신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깨끗하고 바르게 산다.
나는 어른이 되고 나서 경찰을 ‘국가 권력의 앞잡이’라든가 ‘개’라고 비판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사회구조에 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 경찰이 믿음직한 아군이 되어 나를 지켜 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의 형사물을 지나치게 본 탓인지, 형사가 책상을 ‘쾅’ 하고 쳐서 범인이 놀라는 것을 보면 반사적으로 고바야시 다키지[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 작가]의 시신이 눈에 떠오른다. 나는 아마 그 ‘쾅’ 한 방에 공포에 질려서 한 움큼도 안 되는 있는 일, 없는 일을 다 불어 버리고 바로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가능한 한 어떤 일이 있어도 경찰 아저씨와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 경찰 아저씨에게 다가갈 일 없이 죽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다.


울타리 옆에 개잎갈나무를 심을까, 자작나무를 심을까, 아니면 열매 맺는 나무를 한 그루씩 심을까. 나는 씨앗에 물을 주면서 아름다워질 마당을 상상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옆집 마당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흥, 내가 지나 봐라.
봤더니 옆집 마당은 이미 울타리를 따라 탱자나무가 심겨 있고, 옅은 초록색을 띤 잔디가 예쁘게 나 있다. 후피향나무와 수유나무와 금목서도 심겨 있어서 옆집 부인은 매일 거기에 물을 준다.
뭘 좀 하려고 마음먹었더니 갑자기 옆집 마당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내가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해서 그렇지, 어느 집이나 옆집 마당은 어떨까 하고 다들 비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그것을 키우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일이겠지만, 뭘 더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은 뭘 어떻게 하는지 비교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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