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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세계문학론 > 기타 세계문학론
· ISBN : 9788932908502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08-09-30
책 소개
목차
만리장성과 책들 파스칼의 구 콜리지의 꽃
콜리지의 꿈 시간과 J. W. 던 창조와 P. H. 고스
아메리코 카스트로 박사가 우려하는 것들
서글픈 우리의 개인주의 케베도
돈키호테에 어렴풋이 나타나는 마술성 너대니얼 호손
상징으로의 발레리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에 관한 수수께끼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 체스터턴에 대하여
맨 처음의 웰스 <비아타나토스>
파스칼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카프카와 그의 선구자들 도서 예찬에 대하여
키츠의 나이팅게일 수수께끼들의 거울 두 권의 책
1944년 8월 23일자의 메모 윌리엄 벡퍼드의 <바테크>에 관하여
<보랏빛 대지>에 대하여 누구인가로부터 아무도 아닌 것으로
어느 전설의 형상들 알레고리에서 소설로
버나드 쇼에 관한(를 지향하는) 주석 한 이름이 일으킨 반향의 역사
수치스러운 역사 시간에 대한 새로운 반론
고전에 관하여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연보
리뷰
책속에서
당시 콜리지는 엑스무어 부근의 한 농장에 칩거 중이었다고 한다. 몸이 좀 좋지 않아 수면제를 한 알 복용한 그는 마르코 폴로에 의해 서방 세계에까지 널리 알려진, 황제 쿠빌라이 칸이 세운 궁전을 묘사한 퍼처스의 글을 읽은 뒤 곧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런 콜리지의 꿈속에서 그가 우연찮게 읽었던 문장들이 싹을 틔우더니 자라나기 시작했다. 잠결에 그는 일련의 시각적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를 정확하게 형상화하는 시어들을 인지하게 되었다. 몇 시간 후, 잠에서 깨어난 콜리지는 꿈속에서 자신이 3백 행에 달하는 시를 지었거나 누군가로부터 그 시들을 부여받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그 모든 행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고, 현재 그의 작품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그 시구들을 그대로 되살려 적을 수 있었다. 느닷없이 손님이 찾아와 옮겨 쓰기를 멈추는 바람에 나중에 나머지 부분은 기억해 낼 수 없었지만. 콜리지는 <모호하나마 내가 본 것들의 전반적 형태는 기억해 냈다. 하지만 파편적으로 떠오른 여덟 개 혹은 열 개 정도의 시구를 뺀 나머지 모두는 마치 물 표면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나타나는 잔상처럼 사라져 버렸고 나는 적잖이 놀라고 실망했다. 아! 마지막 부분은 미처 기억해 내지도 못했는데!>라고 했는데, 스윈번은 콜리지가 복원해 낸 부분은 영시 사상 최고의 걸작이며, 누군가 그 시를 분석해 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존 키츠의 은유에 따르면) 무지개라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일 거라 했다. - 본문 34~35쪽 중에서
1938년 경, 폴 발레리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문학의 역사는 작가들의 역사나, 작가의 생애나 작품의 전개 과정 속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문학의 생산자 혹은 소비자로서의 <성령(聖靈)>의 역사이다. 유일무이한 그 단 하나의 작가를 논하지 않고는 문학의 역사는 결코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성령에 대하여 이런 식의 견해가 피력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1844년에도 콩코드 마을의 한 작가가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은 오직 한 작가가 집필한 것 같다. 그 모든 책들의 중심에 일종의 통일성이 존재하는 것을 볼 때, 모든 책들이 전지한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 본문 26쪽 중에서
싯다르타는 자신이 태어날 나라와 부모를 선택한다. 싯다르타는 자신을 혼돈 속으로 빠뜨릴 네 사람을 창조하고는 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 네 사람이 지니는 의미를 해석해 내도록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을 싯다르타의 꿈으로 본다면 이 모든 이야기는 그럼직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나병 환자와 승려가 꿈속의 인물에 불과하다고 보는 데서 더 나아가) 싯다르타마저도 누구인지 모를 이가 꾼 꿈속의 형상에 불과하다고까지 생각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차피 대승 불교적 시각에서 보면, 이 세상도, 불자들도, 열반도, 윤회도, 부처도 하나같이 비현실일 뿐이니까 말이다. - 본문 270~271쪽 중에서
우리의 운명은 (스베덴보리와 티베트 신화에 나오는 지옥과는 달리) 비현실성 때문에 공포스러운 게 아니다. 운명이 공포스러운 건 운명이란 것이 돌이킬 수 없는데다, 빠져나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나를 이루고 있는 본질이다. 시간은 강물이어서 나를 휩쓸어 가지만, 내가 곧 강이다. 시간은 호랑이여서 나를 덮쳐 갈기갈기 찢어 버리지만, 내가 바로 호랑이이다. 시간은 불인 까닭에 나를 태워 없애지만, 나는 불에 다름 아니다. 세상은 불행히도 현실이다. 나는 불행히도 보르헤스이다. - 본문 33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