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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2911588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1-01-10
책 소개
목차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자 해설: 사라진 세계의 거울, 하인리히 뵐의 삶과 작품
하인리히 뵐 연보
리뷰
책속에서
가끔 나는 죽음을, 이승의 삶에서 저승의 삶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순간 내게 남아 있게 될 것을 상상해 본다. 아내의 창백한 얼굴, 고해실에서 본 신부의 빛나는 귀, 듣기 좋은 전례의 선율로 가득 찬 어스름한 성당에서 갖는 몇 차례의 차분한 미사, 아이들의 따스한 장밋빛 피부, 내 핏속을 돌아다니는 알코올, 아침 식사, 몇 번의 아침 식사… 그리고 커피 머신의 꼭지를 돌리는 소녀를 바라보는 그 순간, 나는 그녀도 남아 있게 될 것임을 알았다.
나는 아내 캐테를 생각하며 그녀와 함께 저녁을 보낼 날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전에 돈을 마련해 방을 빌려야 했다. 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내게 돈을 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 인구 30만이 사는 이 도시에서 부탁하는 즉시 돈을 내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부탁을 하기가 비교적 쉬운 사람을 몇 명 알고 있었다. 방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쩌면 호텔에 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돈이 필요했고, 아내와 같이 잘 방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는 같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두 달 전부터 호텔 방에서만 결혼 생활을 영위해 왔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가끔 야외의 공원이나 파괴된 집의 현관, 그 밖에 남에게 들킬 염려가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도심의 으슥한 곳을 찾아다녔다. 다른 이유는 없고 우리 방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와 우리 옆방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 너무 얇다. 더 큰 방을 얻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에너지라 불리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에게는 돈도 에너지도 없다. 내 아내에게도 에너지가 부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