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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미덕의 불운

D. A. F. 드 사드 (지은이), 이형식 (옮긴이)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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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미덕의 불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1595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1-01-20

책 소개

'열린책들 세계문학' 159권. 일체의 윤리적.관습적 금기를 무시한 채 온갖 음행과 잔혹 행위를 거침없이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 싸드가 바스띠유 감옥에 유폐되어 있던 시절 쓴 것으로, 싸드 고유의 내밀한 본능과 기질과 힘찬 억양이 집약되어 있는, 그의 방대한 문학 세계 속에서 일종의 '원류'라 할 만한 작품이다.

목차

미덕의 불운

보라, 그대의 이 대견스러운 작품의 꼴을!
싸드 연보

저자소개

D. A. F. 드 사드 (지은이)    정보 더보기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Donatien Alphonse Fran?ois de Sade, 1740. 6. 2.-1814. 12. 2.). 그는 유서 깊은 프로방스 지방 대귀족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 장래가 촉망받는 군인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같은 기질과 극단을 탐하는 상상력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가 요망되는 이단아의 삶을 살게 된다. 평생 두 번의 사형선고와 15년의 감옥살이, 14년의 정신병원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최소 열한 곳 이상의 감금 시설을 전전했다. 이는 프랑스대혁명을 통한 구체제의 충격적인 붕괴와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 혁명전쟁 그리고 나폴레옹의 등극과 몰락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격동기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험난한 삶을 헤쳐가며 그가 써낸 엄청난 분량의 기상천외한 글은 상당수가 압수당하거나 불태워졌고, 그나마 발표한 작품들도 명성보다는 오명으로 그의 운명을 구속했다. 사후에 혜안을 지닌 극소수 작가들이 진가를 알아보았으나, 20세기 초현실주의의 정신 혁명을 만나기 전까지 100여 년 간 그는 이상성욕을 발광하는 일개 미치광이 작가로 줄곧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필리프 솔레르스는 이렇게 말했다. "18세기를 휩쓴 자유의 파도가 사드를 태어나게 했다. 19세기는 그를 검열하고 잊어버리느라 무진 애를 썼다. 20세기는 야단법석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를 드러내는 데 아주 열심이었다. 이제 21세기는 명확한 의미로 그를 고찰하는 일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그의 이름은 문학뿐 아니라 언어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의학, 신학, 예술 등 인간을 논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담론에 등장하고 있다. 이는 그의 독보적 상상력이 펼쳐 보인 전인미답의 세계가 인간의 가장 심오하면서 치명적인 영역의 비밀들을 폭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 모두가 사드적(sadique)이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아마, 아직까지도, 그는 사람들이 작품을 잘 읽지 않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한 중요한 작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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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식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대학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 『마르셀 프루스트-희열의 순간과 영원한 본질로의 회귀』,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프루스트의 신화세계』, 『프랑스 문학, 그 천년의 몽상』(1권 감성과 문학, 2권 정염의 맥박, 3권 루시퍼의 항변), 『프루스트, 토마스만, 조이스』(공저), 『현대문학비평의 방법론』(공저), 『프랑스 현대 소설 연구』(공저), 『그 먼 여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미덕의 불운』, 『사랑의 죄악』, 『쟈디그·깡디드』, 『웃는 남자』, 『93년』, 『레 미제라블』(전5권),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완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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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쥘리에뜨의 생김새에서는 꾸밈과 잔꾀 그리고 교태가 두드러진 반면, 쥐스띤느에게서 풍기는 정숙함, 섬세함 그리고 수줍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처녀의 순결한 기색, 호의로 가득 찬 크고 푸른 눈, 눈부신 피부, 가냘파 날아오를 듯한 몸매,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를 듯 감동적인 음성, 상아 같은 치아, 아름다운 금발 등, 이상이 그 매력적인 동생의 윤곽이며,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천진스러운 우아함과 감미로운 모습은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한 솜씨의 산물인지라, 그 어떠한 화가의 붓으로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아가씨의 그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얼마 안 가서 아가씨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말 거예요.」 뒤부와 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하늘의 심판이라든지 천벌, 아가씨가 기다리는 장래의 보상 등 그 모든 것은 학교의 문턱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이 좋으며, 세상에 나와서도 여전히 그따위 것들을 믿는 어리석음을 간직한다면 굶어 죽기에 알맞을 것이니, 아예 그것들을 내던져 버려요. (……) 쏘피, 당신이 미쳐서 당신의 우상으로 삼은 그 야만스러운 섭리가 풀숲에 기어 다니는 뱀처럼 이 지상에서 굽실거리며 기어 다니도록 단죄한 우리들, 가난하다는 이유로 모두가 경멸하며, 힘이 없다고 하여 모두들 모욕하고, 이 땅 위 어디를 가나 쓰라림과 가시밭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우리들인데, 범죄의 손길만이 오직 생명의 문을 열어 주고 그 생명에 우리를 의탁시켜 주며 우리들을 그 속에 보존시켜 주거나 우리가 그것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도, 당신은 우리들이 범죄를 거절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원형을 이룬 다음 저를 가운데에다 놓더니, 2시간 이상이나 저를 면밀히 관찰하고 검토하며 만져 본 다음, 그 네 탕아들이 차례차례 각자의 견해를 말하는데, 칭찬하는 놈도 있었고 비판적인 놈도 있었습니다 ─ 이 부분에 이르자 우리의 아름다운 여죄수는 얼굴을 몹시 붉히며 말하였다 ─ 부인, 이 첫 의식에서 행하여진 음란한 세부 사항들의 일부를 부인께 숨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한 경우에 방탕이 그 난봉꾼들에게 충동질했을 모든 것을 상상 속에서 그려 보십시오. 그들이 저의 동료들과 저 사이를 차례차례 오가면서 비교도 하고, 맞대어 보고, 재어 보면서 떠들어 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나 부인께서는 그 첫 향연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에 대해 아마 극히 일부분밖에 상상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 모든 것도 제가 그다음에 겪은 끔찍한 일들에 비하면 가볍기 이를 데 없습니다. (……) 그 음험한 사나이는 자기의 추악한 쾌락을 얻기에 적합한 자세로 저를 소파에 놓고, 앙또냉과 끌레망으로 하여금 저를 꼼짝 못 하도록 잡고 있으라고 하더니…… 라파엘, 이탈리아 놈, 수도사이며 변태적인 라파엘은, 저의 처녀성은 건드리지도 않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오! 방황의 절정이여! 그 더러운 남자들은, 각각 자기의 비천한 쾌락 추구 방법을 택하면서, 자연의 법칙을 망각하는 것을 자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듯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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