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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2158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13-08-15
책 소개
목차
어원
발췌
모비 딕
역자 해설: 부조리한 사회를 전복하는 거대한 문학의 힘
허먼 멜빌 연보
리뷰
책속에서
「너 들어온다.」 그는 손도끼로 나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이불 한쪽을 젖혔다. 그 행동은 정중할 뿐 아니라 대단히 다정하고 자상하기까지 했다. 나는 선 채로 잠시 그를 쳐다봤다. 문신으로 몸을 뒤덮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말쑥해 보이는 식인종이었다. 대체 뭣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운 걸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남자도 나랑 똑같은 인간이야. 내가 그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에게도 나를 겁낼 이유가 있어. 술에 취한 기독교인보다는 정신 말짱한 식인종하고 자는 게 낫지.
「주인장, 저 손도끼인지 파이프인지, 뭔지 모를 저것 좀 치우라고 하쇼. 그러니까 담배 좀 끄라고 해요. 그러면 같이 자리다. 하지만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서 자고 싶진 않아요. 위험하니까. 게다가 난 보험도 안 들었단 말이오.」 그 말을 퀴퀘그에게 전하자 그는 순순히 응했고,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침대에 들어오라는 정중한 몸짓을 해보였다.
그러면서 다리 한 쪽 건드리지 않겠다는 듯 몸을 최대한 한쪽으로 비켰다.
「주무쇼, 주인장.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침대로 들어갔고, 내 평생 그렇게 달게 잔 건 처음이었다.
(상)
나는 엄격한 장로교회의 품에서 나고 자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런 내가 어찌 이 야만적인 우상 숭배자와 함께 나무토막을 섬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섬긴다는 건 뭘까, 나는 생각했다. 이슈마엘, 너는 지금 하늘과 땅, 이교도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관대한 하느님이 한낱 시커먼 나
무토막을 질투하실 거라고 생각하는 게냐?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만 섬긴다는 건 무엇인가? 신의 뜻대로 하는 것, 그것이 섬김이지. 그리고 신의 뜻이란 무엇인가? 이웃이 내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이웃에게 행하는 것, 그것이 신의 뜻이다. 그런데 퀴퀘그는 내 이웃이다. 그리고 나는 퀴퀘그가 내
게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가? 그야, 나와 함께 내가 믿는 장로교의 방식대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그의 예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상 숭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팻밥에 불을 붙였고 무해하고 조그만 우상을 함께 세웠으며, 퀴퀘그와 함께 그에게 태운 건빵을 바
쳤다. 두 번인가 세 번쯤 절을 하고 코에 입을 맞췄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양심이나 세상에 거리낄 것 없는 편안한 마음으로 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갔다. 그래도 약간 잡담을 나눈 후에야 잠이 들었다.
(상)
「하긴 자네들에겐 애당초 그런 게 없을지도 모르지.」 그는 재빨리 말했다. 「하지만 상관없어. 그런 자들을 나는 많이 알거든. 본인들에겐 행운이야. 없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영혼이란 마차의 다섯 번째 바퀴 같은 것이거든.」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요, 형씨?」 내가 말했다.
「하지만 그자에겐 있어. 다른 놈들에게 없는 걸 채우고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지.」 낯선 사내는 <그자>라는 말을 신경질적으로 강조하며 불쑥 내뱉었다.
「퀴퀘그, 가자. 어디 시설에서 탈출한 모양이야.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것과 모르는 사람에 대해 지껄이고 있네.」
「멈춰!」 낯선 사내가 소리쳤다.
「맞는 말이야. 자네들은 아직 벼락 영감을 못 봤으니까. 맞지?」
「벼락 영감이 누구요?」 나는 그의 태도에서 풍기는 진지한 광기에 또다시 빨려 들어갔다.
「에이해브 선장.」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