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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2912387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이반 일리치의 죽음
광인의 수기
역자 해설: 죽음은 끝났다
레프 똘스또이 연보
리뷰
책속에서
〈맹장? 신장?〉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건 맹장 문제도 아니고 신장 문제도 아니야. 이건 삶, 그리고……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 자꾸만 도망가고 있어. 나는 그걸 붙잡아 둘 수가 없어. 그래. 뭣 하러 나를 속여? 나만 빼고 모두들 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남은 시간이 몇 주냐, 며칠이냐, 그것만이 문제야. 어쩌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어. 빛이 있었지만 이제 캄캄한 어둠뿐이야. 나도 여기 있었지만, 곧 그리로 가겠지! 그런데 그게 어디지?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그가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 즉 〈카이사르는 사람이다, 사람은 죽는다, 그러므로 카이사르도 죽는다〉는 카이사르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자신에게는 절대로 해당될 리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카이사르는 인간, 즉 일반적인 인간이니까 삼단 논법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카이사르, 즉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었고, 항상 다른 모든 존재들과 구분되는 특별한,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엄마와 아빠, 미짜, 볼로자, 장난감들과 마부와 유모와 까쩬까와 함께한 바냐,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기쁨과 슬픔과 환희를 간직한 바로 그 바냐였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줄무늬 가죽 공의 냄새를 카이사르가 맡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카이사르가 어머니의 손에 나처럼 그렇게 다정하게 입을 맞출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어머니의 비단 옷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카이사르의 귀에도 들린단 말인가? 카이사르도 고기만두 한 조각 때문에 법률 학교에서 소동을 피울 수 있어? 카이사르도 사랑에 빠질 수 있어? 카이사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냐고?
그렇다, 카이사르는 분명히 필멸의 인간이니 그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나, 바냐,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가진 이반 일리치에게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죽음이 이반 일리치를 자꾸만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무언가를 하도록 하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죽음만을 쳐다보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죽음만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