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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32912769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2-02-20
책 소개
목차
상
선생님과 나
중
부모님과 나
하
선생님과 유서
역자 해설: 순수한 탓에 안타까운 청춘의 초상
나쓰메 소세키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나는 왜 선생님에 대해서만 그런 마음이 생겨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지금에야 비로소 조금씩 이해가 된다. 처음부터 선생님은 나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 선생님이 내게 이따금 드러낸 무뚝뚝한 인사나 냉담한 몸짓은 나를 멀리하려는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었다. 가엾게도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이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타인의 다정함에 응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그 타인을 경멸했다기보다 우선 자신을 경멸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항상 조용했다. 어느 날은 너무 조용해서 적적할 정도였다. 나는 처음부터 선생님에게는 곁에 다가가기 힘든 신비한 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느낌이 마음속 어디선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그런 느낌을 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어쩌면 나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나만의 직감이 나중에 사실로 입증되었기 때문에 내가 아직 어렸다느니 바보 같았다느니 하는 비웃음을 사더라도 그것을 알아차린 나 스스로의 직감만은 어쨌든 미덥게, 그리고 기쁘게 생각한다.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팔 벌려 껴안아 주지 못하는 사람, 그게 선생님이었다.
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나중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하는 거야. 나는 미래의 모욕을 피하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려는 것이지. 지금보다 한층 더 외로운 미래의 나를 견디는 것보다 지금의 쓸쓸한 나를 견디려는 거야. 자유와 자립과 자아가 넘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대가로 하나같이 이런 외로움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