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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2912882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2-20
책 소개
목차
아내
세 자매
역자 해설 ― 문학과 예술과 인생에 관한 짧지만 완벽한 논리
안톤 체호프 연보
리뷰
책속에서
「파벨 안드레이치!」 그가 조용히 말했다. 갑자기 그의 살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고, 검은 눈동자에는 한때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매력적인 표정이 번득였다. 「파벨 안드레이치, 자네에게 친구로서 말하겠네. 성격을 바꿔야 해! 자네와 같이 있기가 힘드네! 정말 그래, 힘들다네!」
「당신은 자신이 고결하다고 생각하니까 온 세상을 미워해요. 신앙이 있는 사람은 그 믿음이 무지와 미숙함의 표현이라며 미워하고, 신앙이 없는 사람은 믿음과 이상이 없다며 미워하죠. 노인은 보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싫어하고, 젊은이는 자유분방하다고 싫어하죠. 농민과 국가의 이익은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개인적으로 농부를 만나면 혹시 도둑이나 강도가 아닐까 의심하면서 미워해요. 스스로 옳고 항상 원칙의 토대 위에 서 있다고 여기기에 소작농이나 이웃을 끊임없이 심판하려 들지요.」
한겨울 시골에 살아 봐서 개조차 너무 지루한 나머지 짖지 않고 시계도 제가 재깍재깍하는 소리에 지쳐 가는 길고 지루하고 고요한 저녁을 알며, 그런 저녁이면 갑자기 양심이 깨어나 평정을 잃고 하염없이 서성대면서 자기 양심의 소리를 외면해 보려다가 결국 듣게 된 사람이라면,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 작고 아늑한 방에 울려 퍼진 아내의 목소리가 내게 선사한 쾌감과 해방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