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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5807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2-08-30
책 소개
책속에서
엘레아자르는 『아타나시우스 키르허의 생애』 1장을 다시 한 번 뒤적거리면서 자신이 단 주석들과 몇몇 단락을 빠른 속도로 다시 읽었다. 맙소사! 시작이 참으로 형편없었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말투보다 더 끔찍한 것도 없을 것이다. 미화된 모든 전기가 대체로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의 어조는 그야말로 진부함의 극치였다. 페이지마다 양초와 수단 냄새를 너무 심하게 풍기고 있었다. 유년기에서 이미 〈운명〉의 전조를 읽어 내는 이 역겨운 방식은 또 뭐란 말인가! 하기야 그런 수법이 늘 먹혔던 것도 사실이다. (1권 본문 17면)
파푸스 박사는 이렇게 적었다. 〈신비학의 토대를 다진 사람들 중에서, 아타나시우스 키르허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는 바티칸의 지지를 받고 자신의 저서들을 출간할 만큼 뛰어난 수완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신비학을 고발한다는 미명하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신비학을 만들었다.〉 여담이지만, 약장수는 약장수를 알아본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1권 본문 210면)
「하지만 그 역도 참이라네! 그것이 바로 방금 내가 인용한 단락의 정확한 의미야. 고향을 떠나, 자의로든 타의로든 어느 낯선 땅에 내던져지면 사람은 달라지게 마련이야…. 아무리 그 사람이 그곳 고유의 환경에 살고 있는 원숭이나 앵무새, 그리고… 토착민들과 가까이 지낸다고 한들, 그 자신이 뿌리 뽑힌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지. 그 사람으로서는 좌표를 잃고 절망하거나 아니면 그 새로운 세계에 완전히 통합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런데 어느 경우에나 그사람은 방금 우리가 말한 니그로가 될 수밖에 없네. 자신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행한 자가 되거나 ─ 게다가 오래지 않아 자신의 조국과도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없는 불구자가 되지 ─ 잘해야 죽는 날까지 남의 문화나 흉내 내는 배신자가 되는 거라네. 그 사람의 자녀들까지도 제 것으로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그 문화 말일세….」(1권 본문 35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