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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2920115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서문을 대신하여: 널리 존경받는 스쩨빤 뜨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끼의 신변 이야기
제2장 해리 왕자, 혼담
제3장 타인의 죄
제4장 절름발이 여인
제5장 현명한 뱀
리뷰
책속에서
니꼴라이 프세볼로도비치는 기질상 공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결투에서는 상대의 총구 앞에 냉정하게 서 있을 수도 있었고, 야수처럼 침착하게 상대를 겨누어 죽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뺨을 맞으면 그는 결투를 신청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그는 바로 그런 인간이었으므로, 제정신을 잃는 법 없이 완전한 의식을 가지고 죽였을 것이다. 나는 그가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멀게 하는 분노의 발작 같은 것은 결코 알지도 못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가끔 그를 사로잡는 끝없는 악의 속에서도 그는 항상 자신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따라서 결투 이외의 곳에서 살인을 하면 바로 유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쨌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죽여 버릴 것이다.
「그건 비열한 겁니다. 전부 기만입니다!」 그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삶은 고통입니다, 삶은 공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과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삶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삶은 현재 고통과 공포를 대가로 주어진 것이며, 이것이 바로 기만이라는 겁니다. 현재의 인간은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닙니다. 행복하고 당당한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 것입니다. 살아 있건, 살아 있지 않건 상관없는 인간, 그들이 새로운 인간이 될 것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이겨 내는 인간, 그가 스스로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신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민중을 사랑하지 않았다니!」 스쩨빤 뜨로피모비치가 외쳤다. 「아, 그들이 러시아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러시아도 민중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샤또프도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러시아 민중에 대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들은 모두, 선생님을 포함해, 러시아 민중을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 그뿐만 아니라 당신들은 민중을 바라볼 때도 혐오스러운 경멸감을 가지고 대해 왔으며, 민중이란 단지 프랑스 민중, 그것도 파리의 시민들뿐이라 생각하고, 러시아 민중이 그들과 같지 않다고 부끄럽게 여겼을 뿐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민중을 갖지 못한 사람은 신도 가질 수 없는 법이지요! 자기 민중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민중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은, 곧 조국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무신론자가 되거나 무관심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