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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4975359
· 쪽수 : 508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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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9월에 아센덜프트에서 치러진 결혼식 이후, 두 사람의 이름이 교회 명부에 기재되었고 요하네스는 오트만의 집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뒤 떠났다. 베네치아에 배로 물건을 실어보내야 하는데 자기가 직접 해야 한다면서. 넬라와 그녀의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권력을 암시하듯 삐딱하게 미소 짓는 요하네스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결혼식을 치르던 날 밤, 새 신부 넬라는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뒤척이는 여동생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엉킨 채 잤다. (…) 아센덜프트의 타오르는 불꽃에서 새로운 여자로 솟아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아내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다가올 모든 것을…….
거실의 타일 바닥 한복판에 캐비닛이 하나 놓여 있다. 크고 웅장한 그 물건은 요하네스의 키 절반 정도 높이다. 짤막하게 구부러진 여덟 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고 한 벌의 겨자색 벨벳 커튼이 앞쪽에 드리워져 있다. 요하네스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성경 독서대를 옆으로 치워놓고 캐비닛 옆에 서 있다. 그는 한 손을 캐비닛 위에 올려놓고 반짝이는 목재를 천천히 살펴본다. 미소가 잦아들 줄 모른다. 그는 싱그러워 보이고 그 어느 때보다 미남으로 보인다.
캐비닛 집의 정교함이 놀랍다. 마치 실제 집이 줄어든 것 같다. 실제 집을 반으로 잘라 내부를 드러낸 것 같다. 아홉 칸의 방, 작업용 부엌, 응접실, 습기를 피해 석탄과 장작을 보관하는 고미 다락방까지. 완벽한 복제품이다. “비밀 창고도 있어요.” 작업용 부엌과 전시용 부엌 사이의 마룻바닥을 들어 빈 공간을 드러내 보이며 요하네스가 말한다. 전시용 부엌의 천장에도 똑같은 눈속임 페인트를 칠했다. 넬라는 오토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넘치기 시작할 거예요. 가짜 유리 지붕을 가리키며 오타가 말했지. (…) 백랍이 마치 금속 혈관처럼 목재에 퍼져 있다. 캐비닛의 표면 전체에, 심지어 다리까지 섬세하게 물 흐르듯 박혀 있다. 나무와 등딱지 속에 묘한 전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