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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35505067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5-11-15
책 소개
목차
육촌 형/ 이현주
살꽃 이야기/ 이현주
호수 속의 오두막집/ 이원수
고향 병이 든 할아버지/ 윤기현
통일 말하기 대회/ 이중현
금지된 장난/ 김정희
똬리골댁 할머니/ 권정생
우리들의 5월/ 권정생
용원이네 아버지와 순난이네 아버지/ 권정생
할매하고 손잡고/ 권정생
돌계단 위의 꽃잎/ 안미란
저자소개
책속에서
“야, 너 어디서 왔어?”
유세아가 팔짱을 끼고 오토바이에게 물었다. 오토바이는 가냘프게 생긴 녀석이 질문을 하자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그건 왜 물어?” 하고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 인마, 너무 건방져. 새로 전학 오는 녀석이……?”
홍탱크가 말을 하다 말고 오토바이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이거, 놔! 못 놔?”
오토바이의 목소리가 밤나무 가지 사이를 뚫고 사방에 울려 퍼졌다.
“어쭈? 요게 정말 뜨거운 맛을 봐야겠구나!”
그러나 먼저 뜨거운 맛을 본 건 홍탱크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오토바이의 주먹이 탱크의 배에 푹 꽂혔던 것이다.
전쟁은 이 행복을 시기했습니다. 꽃샘바람마냥 심술을 부렸습니다. 박도생 할아버지는 삽 대신 총을 가져야 했습니다. 원수진 일도 없는 사람을 죽여야 했습니다.
박도생 할아버지가 인민군에 끌려가던 날, 점례 엄마는 아기를 밴 커다란 몸을 뒤뚱거리며 뛰어나와 두 눈 가득히 눈물을 담았습니다. 점례도, “아빠, 가지 마…….” 하고 발을 땅에 비비며 울었습니다.
전쟁은 박도생 할아버지만의 비극은 아니었습니다. 순이도 아빠, 엄마를 잃고 땅을 치며 울었습니다. 갑생이 어머니는 아들과 남편을 잃고, 머리가 돌아 버려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그 외에도 팔을 잃은 사람, 다리가 잘려 나간 사람, 눈이 빠져 버린 사람……. 삼천리가 피비린내였습니다.
“누구야! 손 들엇!”
철조망 가까이에 보초를 서고 있던 군인 아저씨가 소리를 쳤습니다.
“박도생이오. 죽을병이 들어 고향 땅이나 밟아 보고 죽으려고 여기까지 왔소.”
“안 됩니다.”
군인 아저씨는 한마디로 잘랐습니다.
“아니, 왜 안 된단 말이오? 미물인 짐승들도 죽을 때가 되면 고향을 찾는다는데……. 죽을 늙은이가 고향 땅을 한 번 밟아 보고 죽겠다는데…….”
“안 된다니까요. 죽고 싶소?”
군인 아저씨는 총을 겨누었습니다.
“아무렇게나 하시오. 죽어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