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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3550514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4-12-15
책 소개
목차
원숭이 꽃신/ 정휘창
이상한 선생님/ 채만식
한길로 간다/ 리동섭
장난감과 토끼 삼 남매/ 이원수
벌렁코 할아버지/ 강정훈
토끼와 원숭이/ 마해송
돌사자 이야기/ 손춘익
떡배 단배/ 마해송
간바레! 리혼진!/ 유영소
저자소개
책속에서
형세는 흠칫 놀라 머리를 들었다.
‘형이라니……?’
형세는 꿈속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번쩍 들며 꼬마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은 차차 벌어지고 눈은 휘둥그레졌다. 소년 형무소에서 모진 고생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창세를 여기서 만나다니……. 형세는 다시 눈을 가느스름히 찌푸리며 동생을 뜯어보았다. 산뜻한 군복 차림, 능금 같은 혈색 좋은 얼굴…….
형세는 창세를 소리쳐 부르며 와락 부둥켜안고 싶었다. 하지만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형! 왜 나를 몰라 봐? 나야, 내가 창세라는데두. 창세……!”
벌렁코 할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못 일어나겠소까?"
순사들이 다시 걷어찼습니다.
벌렁코 할아버지는 몇 번 몸을 떨다 일어서서 걸었습니다. 눈 속에 비틀비틀거리며 걸었습니다. 순사들이 그 뒤를 걸어갔습니다.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겨울인데도 그리 추운 바람은 아니었습니다. 바람에 순사의 손에 있던 태극기가 펄럭였습니다. 벌렁코 할아버지의 눈이 더 빛나며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돌았습니다.
벌렁코 할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걸었습니다. 발자국들이 눈 위에 어지럽게 널려져 갔습니다. 이상스럽게도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그 비틀거린 발자국들이 글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그 글자들은 마침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위에서 때 묻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거리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어.
“제가 그랬어요, 할아버지! 다 거짓말이에요. 제가 할아버지 금시계를 가지고 몰래 나갔어요. 아무도 안 시켰어요. 애들한테 자랑하려고 그랬어요. 다나카 형은 그냥 장난만 친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엉엉엉-엉엉.”
꼬마의 마음이 시원해졌어. 이제 엄청 혼나고 맞고 벌 받고 쫓겨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주 시원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