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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4329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9-06-05
책 소개
목차
제1부
약속이 어긋나도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예(禮)
이토록 적막한
누구의 것도 아닌
이것
이 저녁은
정오
허기의 힘으로
벙어리 햇볕들이 지나가고
사랑 혹은 흑암
흰, 흰, 흰
밤마다 먼 곳들이
그러나 괜찮았다
제2부
가을볕
보말죽
독바위
잊으면서 잊혀지면서
거돈사지(居頓寺址)
손님
죄처럼 구원처럼
춘수(春瘦)
원샷으로
아무 데서나 별들이
떨어지는 해가 공중에서 잠시 멈출 때
한옥(韓屋)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을 불러도
제3부
오대산장
멧돼지는 무엇일까
술을 뿌리다
천둥 속의 눈
살아 있는 것보다 더 곧게
문밖에 빈 그릇을
필터까지 탄
밤의 파수꾼
녹지 않는 얼음
내 대신 울고 웃는
마른 떡
제4부
봄눈
1205호
눈은 없고 눈썹만 까만
눈물을 외롭게
이번엔 뒷문으로
모래내길
내 곁의 먼 곳
부끄럽고 미안하고 황홀해서
변명
검은 빵
물속의 기차
P
당신 노래에 저희 목소리를
해설|최현식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새매라고, 예티라고, 부들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저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들의 형제인 나를
왜 내게는
소리 없이 소낙비를 뚫고 가는 날개가 없을까요
어떻게 나는
인간의 육신과 마음을 얻었을까요
구겨진 종이 같은
재를 내뿜는 거울 같은
―「약속이 어긋나도」 부분
내 눈이 보는 게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 나는 만나리라
태양이 돌고 있는 별 같은
은하의 중심, 블랙홀 같은
단 하나의, 수많은 얼굴을
―「누구의 것도 아닌」 부분
저는 키가 작고
불면증이 좀 있고
담배는 하루 반갑
일없이 빈둥대는 것을 좋아합니다
흰 종이 구겨지는 소리와
갑자기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
속에서 펼쳐지는 날개,
어떤 꽃을 피워야 할지 망설이는
나뭇가지의 떨림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요
(…)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하늘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황홀해서
부서지는 햇빛이나 먼지 속으로 달아나고 싶어요
한낮에도 발가벗고 춤을 추고 싶어요
―「부끄럽고 미안하고 황홀해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