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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643957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4-08-16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다락은 높고 마음은 낮은
1부 마음을 보려고 돋보기를 사는 사람처럼
새벽은 사라지기 위해 태어나는 것 같다 ― 새벽
그곳에 한참을 서 있던 아이 ― 유실물
비밀은 ‘멈춤’에 있다 ― 멈춤
혼탁한 마음 관찰기 ― 마음
‘노닐 소逍’에 ‘바람 풍風’ ― 소풍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에고이스트 ― 고양이
너무 많은 풍선 때문에 울어버린 이야기 ― 풍선
한자리에서 곱게 늙어버리겠다 ― 다락방
아름답고 스산한 ― 적산가옥
2부 마음을 마중하는 사람
당신에게서 내게 건너온 마음들 ― 선물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 ― 편지
그곳은 높은 곳에 있었다 ― 스카이라운지
나는 그의 등을 외웠다 ― 달력
미처 몰랐던 맛 ― 맥콜
그곳에 가고 있는 기분을 사랑하니까 ― 발레
뼈 헤는 밤 ― 몸
누가 작은 망치로 밤을 두드리는가 ― 불면
깨어 있다는 착각 ― 숙면
3부 작은 마음의 책
귀가 싫어하는 말 ― 말하기
귀가 사랑하는 말 ― 듣기
이런 상상은 불온한가? ― 상상
아름다운 시절이 떠내려가는 속도 ― 화양연화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 소설
내리는 눈처럼 무구히 시작하는 태도 ― 메리 루플
하루치 질문 ― 질문
나오며|계절—겨울에서 봄으로
세밑 풍경 ― 12월
새해 풍경 ― 1월
봄을 여는 열쇠를 품은 달 ― 2월
생강나무에 생강꽃, 매화나무에 매화꽃 ― 3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양이에게 ‘높이’라는 숨숨집이 필요하다면 인간에게는 ‘다락’이라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책을 쓰는 동안 다락에 앉아 있다고 상상했다. 필요해서 그랬다. 세상과 거리를 확보해 세상을 그리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넓고 매끈한 공간이 아니라 잉여의 공간, 잊힌 공간에 머물고 싶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찾으면서도 창문에 배를 맞대고 살아가는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존재하고 싶었다. 모든 것과 단절되었다는 감각은 꿈꾸기에도 사유하기에도, 세상을 사랑하기에도 좋았다.
매 순간 성실히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잃어버리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물건만이 아니다. 물건을 둘러싼 생각, 기억, 추억을 잃어버렸다. 시, 사람, 기분을 잃어버렸다. 기쁨, 슬픔, 사과해야 할 타이밍, 포옹과 눈빛을 나누어야 마땅했을 인사를 잃어버렸다. 휘파람, 라일락, 고백을 잃어버렸다. 어려움 없이 누리던 모든 ‘첫’, 순수한 호의, 갈망, 몸에 내려앉은 떨림을 잃어버렸다.
마음에 가시가 산다. 조금만 돌보지 않아도 안팎을 할퀴어놓고 여기저기 흠집을 낸다. 마음은 실체가 없어 티 나지 않는다. 마음은 많은 것을 몸에 넘긴다. 몸은 두꺼운 피부조직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덩어리여서 티가 난다. 몸을 돌보려는 사람은 마음을 살펴야 하고, 마음을 돌보려는 사람은 몸을 살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