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7431593
· 쪽수 : 556쪽
· 출판일 : 2015-03-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제2부
제3부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애니메이션 포스터]
우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시체다.
침침한 강당에 들어가자마자 희미하게 악취가 풍겼다. 나도 모르게 조끼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는 짐작이 갔다. 이것은 학교 건물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십중팔구 죽은 사람의 몸, 시체 냄새다. 팔각형 강당 한가운데 해부대가 놓여 있고, 그 옆에 교수와 가스등, 받침대에 얹힌 무슨 복잡기괴한 기계가 서 있었다. (중략) 나와 웨이크필드를 포함해 여기 있는 학생들은 모두 시체가 프랑켄화하는 순간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대로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때 죽은 자의 눈꺼풀이 번쩍 열렸다.
"우왁!"
웨이크필드가 자지러졌다. 죽은 자는 자신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놀란 듯하기도 했다. 그 눈동자는 자신이 본래 있어야 마땅한, 어디 있는지 모를 천국인지 지옥인지를 바라보느라 공허했다.
산 자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절대 단순한 시체는 아니다. 시체와 정지해 있는 죽은 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도 구별할 수 있다.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내가 중얼거리자 프라이데이는 고개를 이쪽으로 향한 채 기계적으로 펜을 움직였다. 내가 하는 말을 노트에 일언일구 똑같이 받아 적었다. 매끄러우면서도 어색한 움직임은 멜첼의 체스 두는 자동인형을 현대에 재현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산 자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죽은 이의 움직임이 더욱 기분 나빠지는 현상은 '언캐니 밸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시체는 그냥 시체이지만 화장(化粧)한 시체는 어째서인지 더 기분 나빠진다. 그 시체가 움직이고 나면 더 그렇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는 어둡고 깊은 계곡이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