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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3974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9-02-15
책 소개
목차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 7
현기증 55
가만한 나날 95
드림팀 133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157
얕은 잠 193
감정 연습 225
말과 키스 257
작가의 말 293
작품 해설
우리의 모든 처음들_ 신샛별 29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리고 예린 씨는, 사무실에서 노골적으로 찬밥 취급을 받았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일을 잘 못한다고 평가되는 것, 그것도 첫 직장에서 일을 잘 못한다고 낙인찍히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 반년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놀랄 만큼 달라졌다. 내성적이지만 때로 굉장히 발랄하게 웃는 해맑은 사람이었는데, 자꾸 눈치만 살폈다. 회의에서도 의견을 내지 못했다. 팀장이 진행 상황을 물어보면 당황하며 대답조차 우물쭈물했다. 그녀는 업무뿐 아니라 모든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자신감을 잃었다.
―「가만한 나날」
보드 위에 벌떡 일어설 때의 감각을 떠올리려 애썼다. 처음에는 눈물이 고일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몰입했다. 단계별로 감각을 하나하나 되살려 냈다. 마치 보드와 한 몸이 된 것처럼 가슴과 아랫배와 허벅지를 붙이고 납작 엎드려 있을 때, 멀리서 파도가 다가올 때의 조짐과 흥분과 망설임, 난 일어날 수 없어, 이건 불가능해, 그러나 물살이 보드의 뒤쪽을 둥실 들어 올리자 눈을 질끈 감고 벌떡 일어났을 때.
(……) 그 느낌을 미려는 기억했다. 다음 순간에는 물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속력이 점점 느려졌다. 흔들리는 물 아래로 땅이, 물결의 흐름대로 무늬가 새겨진 부드러운 모랫바닥이 투명하게 비쳤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얕은 잠」
김태영은 똑똑했지만, 혼자 하는 일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학자나 마라토너처럼. 사무실의 일상적인 잡담에 끼지 못했고, 전화 응대하는 걸 특히 어려워했다. 두 달이 넘어갈 즈음, 상미는 자신이 그를 제치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걸 거의 확신했다. 부장으로부터 슬쩍 암시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상미는 그를 싫어하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 그렇다고 해서 상미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상미가 실제로 한 일은 아주 작은 것─말 한마디, 비웃듯 입을 꽉 다무는 표정 같은─이었다. 평형대에서 균형을 잃고 허우적대는 사람을 미는 손가락 하나 같은 것.
―「감정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