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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56442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24-04-08
책 소개
목차
차례
1
스몰토크 9
유년의 침대 19
나, 마르셀, 프루스트 34
상투적 독자(상) 45
상투적 독자(하) 57
2
산사꽃 73
뾰족하고 높은 곳 87
이름의 빛깔 103
미성년: 질베르트의 경우 117
미성년: 알베르틴의 경우 127
3
별들의 운행 궤도 속으로 145
르무안 사건 158
피와 영토 177
딜레탕트를 위한 수요 모임 211
4
디오게네스의 사람 찾기 225
상스럽게 아름다운 244
플라토닉 259
권총을 두고 와서 아쉽게 됐군 273
5
파라노이아: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 285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 291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 305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 312
여름의 해안도로 320
프랑수아즈 331
( ) 342
6
입구에 놓인 의자 371
느낌과 알아차림 384
이 위대한 예술의 시간에 391
죽음과 삶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 399
맺음말
나의 프루스트 읽기 연습 415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간』에는 논의되지 않는 커다란 공백이, 하계의 입구 같은 거대한 싱크홀이 한복판에 자리한다. 독자는 이 부분을 사실상 읽지 않는다. 신중히 피해 가거나 얼핏 엿보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황급히 덮어버린다. 그렇지만 대체로는 정말로 못 보고 지나친다. 그렇게 되도록 장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심령술사들에게만 보이는 혼백처럼, 문장들 틈에 은신하고 있다. 그 위로 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호사스럽고 진귀한 언어의 태피스트리 밑에서 귀신들은 안전하다.
작가는 왜 이렇게 은밀하고 복잡한 서사전략을 채택한 걸까. 이 소설이 무엇을 고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들켜지기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진술되어 있는 소설을 쓰고자 했기 때문이다. 거짓을 알아차리는 역할을 온전히 독자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독하게 열렬히, 꼭 붙잡고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다. 이것은 총력을 기울여 사랑해 주기를 요청하는 소설이다.
서른여덟의 프루스트가 『시간』을 끝내기로 결심했을 때, 그는 더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는, “지옥으로의 하강을 완수한 상태였다. 아버지가 죽었고 어머니가 죽었다. 자신을 버리고 달아났던 못된 연인이 사고로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지병이었던 천식이 급격히 악화되어 30시간, 50시간씩 기침이 멎지 않았다. 직업도 없고 이룩한 성취도 없었다. 호흡곤란은 늘 그랬듯 죽음을 환기시켰고, 그다음엔 생에 대한 각성을 불러왔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연연할 것도 그리울 것도 없어졌으므로, 이제 그는 무슨 말이든 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