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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3395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엉엉 7
작가의 말 215
발문_미래가 너무 가까이 있다_강보원(시인·문학평론가) 21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위태로운 건 과거만이 아니다. 미래를 조종하는 힘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교육 같은 것에 참석하라든가. 언제까지 돈 얼마를 어느 은행으로 부치라든가. 때가 됐으니 병원에 가서 검사대 위에 누우라든가. 문자로, 전화로, 메일로 날아드는 모든 메시지는 나의 다음 일정을 나보다 먼저 알고 있다. 가끔 나는 완전히 덫에 걸린 기분이 든다.
본체가 떠나던 날을 기억한다. 꽤 더운 밤이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조금 시원해지는가 싶었는데, 젖은 나무들이 마르지 않아 습하기까지 했다. 방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침대는 혼자 잠들기에도 작았다. 하필이면 그때 본체가 내게서 일어난 거다. 그래서 본체가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더워서. 너무 덥고 좁아서. 그전까지는 본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한 번도 내게서 떨어져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나흘 울고 이제는 안 울어야지 생각했는데 이틀 더 울었다. 나가서는 안 울고 집에서만 울었다. 울고 있으면 꼭 비가 와서 내일 나갈 때 우산 챙겨 가야지 생각하곤 했다. 아침마다 까먹고 우산 없이 그냥 나갔는데 그럴 때마다 비가 안 와서 다행이야 생각했다. 그렇게 한동안 울고는 안 울었다.
(……) 하지만 울지 않는 날도 울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축축해졌다. 거의 항상 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딱히 울 일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