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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7484520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12-03-30
책 소개
목차
1권
1부 삐죽빼죽한 테두리
2부 가시밭길
3부 길모퉁이의 고양이
4부 젊은 남자의 환상
5부 깨진 그릇들
6부 비밀 서랍
7부 지그재그 울타리
2권
8부 여우와 기러기들
9부 하트와 모래주머니
10부 호수의 여인
11부 쓰러지는 나무들
12부 솔로몬 성전
13부 판도라의 상자
14부 글자 X
15부 천국의 나무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내가 유명한 살인범이기 때문이다. 아니, 내게 유명한 살인범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가수나 시인이나 심령술사나 배우라면 모를까, 유명한 살인범이라니. 그렇지만 살인범은 어감이 강한 꼬리표다. 그 단어에서는 냄새가 난다. 꽃병에서 죽은 꽃처럼 사향 비슷하고 답답한 냄새가 난다. 나는 가끔 밤에 혼자서 그 단어를 중얼거린다. 살인범, 살인범. 그러면 바닥에 쓸리는 호박단 치마처럼 바스락거린다.
- 1권 37~38쪽
“내가 당신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건 상관없습니까?”
그녀는 그를 날카롭게 흘끗 쳐다본 뒤 바느질을 계속했다. “저는 이미 재판을 받았잖아요. 선생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든 달라질 건 없어요.”
“재판 결과가 맞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맞았건 틀렸건 상관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사람들은 죄인을 원해요.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누구 소행인지 알고 싶어 하죠. 모르고 지나가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면 희망을 접었다는 뜻인가요?”
“어떤 희망 말씀인가요, 선생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이먼은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 바보가 된 심정이었다. “글쎄요…… 석방될 거라는 희망 말이죠.”
“교도소에서 저를 왜 내보내 주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살인이라는 게 날마다 벌어지는 일이 아니잖아요. 희망이라고 하면 좀 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어요. 저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살아요.”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 1권 139쪽
살인 사건 이전에 그녀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젓는다. 살인 사건 이전의 그레이스는 그가 지금 알고 있는 모습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을 것이다. 거의 틀도 안 잡힌 어린 여자. 미지근하고, 매력 없고, 무미건조한 여자. 밋밋한 풍경.
살인범, 살인범. 그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것은 매력이고, 일종의 향기에 가깝다. 온실에서 자란 치자나무. 요란하면서도 은밀한 그 무엇.
- 2권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