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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37492112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2-12-0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기후변화 시대에 철학하기
1부 위기에 처한 이동
1장 오늘의 교통 상황
2장 이동하는 인간의 조건
2부 자동차에 납치된 도시에서
3장 자동차와 한국 현대사
4장 납치된 걷기 공간
5장 도시를 구하는 방법
3부 우리가 찾아갈 길
6장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7장 대지에서의 죽음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책에서 나는 기후위기 시대의 철학을 시도한다. 새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새로운 존재자를 도입하고, 이 존재자를 알아보는 방법, 이 존재자의 가치를 현실에 구현할 방법까지 제시해야 할 것이다. 존재자의 도입을 형이상학, 이들을 알아보는 방법을 인식론, 가치를 구현할 실천법을 윤리학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런 총체적인 시도에 관심이 있다면 그는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득 시도는 수사적으로도 적중해야 한다. 새로운 존재자를 도입하다가 날이 새거나, 문제의 존재자를 확인하기 어렵다거나, 가치가 모호해 보인다면 갈 길 바쁜 사람들은 모두 제 갈 길로 떠나가고 말 것이다. 모두에게 괜히 끌려왔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하기란 욕심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후가 문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기후 문제는 21세기의 남은 시간 동안 수습해야 하며 그다음 수백 년 이상 관리해야 할 우리 행성의 문제다. 나는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문제가 철학사를 지배했던 몇몇 문제만큼이나 무수한 방식으로 변주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책 속에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출장길까지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 「들어가며」
이동이라는 인간의 운명은 계속될 것이다. 이동할 필요가 극적으로 줄어들 리도 없다. 그러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이동량, 특히 승용차와 비행기의 이동 거리 절대량을 실제로 줄여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유가 없다. 내일의 출근과 모레의 출장, 주말의 여행을 위해 제한된 구매력과 시간을 희생해 탄소 저감에 나서라고 할 여지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들 질문 앞에서 이동의 위기는 더욱 깊어진다. 일상의 질문과 교과서적인 답 사이에 심연이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초래한 원인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다. 특히 이곳 한국에서는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흔하고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지배자가 있다. 바로 자동차 이야기다.
— 2장 ‘이동하는 인간의 조건’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개통식 치사에서 재무, 기술, 심성의 영역에 있는 혼종을 언급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건설을 위해 재정적으로 원조나 차관을 사용하지 않았고, 기술 면에서도 외국 엔지니어의 기술 지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심성의 측면에서 박정희는 이 고속도로가 “민족의 능력”을 “시험”10하기 위한 도전 과제였다고 갈파한다. 이것은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한 세대가 채 지나지 않은 신생 근대국가가 교통 시스템이라는 혼종을 관리할 역량을 스스로 기르기 위한 시험이었다는 이야기다. 교통망 자체를 변형할 역량의 부재가 이 시험을 통해 도전하려는 혼종이었다.
— 3장 ‘자동차와 한국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