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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4607416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2-12-30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부 혐오의 분석
제1장╷회피 감정들
제2장╷혐오의 유발 요인들
제3장╷혐오의 구조
제4장╷혐오의 이론들
제5장╷혐오의 사례들
제6장╷혐오의 기능
제2부 혐오와 인간의 조건
제7장╷우리의 이중적 본성
제8장╷억압과 혐오
제9장╷죽음에 대한 생각
제10장╷문화와 혐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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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당신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고 잘못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 대상에 대해, 당신은 두려워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으면서도 혐오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자연스러운 표현은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것으로, 오히려 회피의 반응이다. 무언가를 보고 혐오를 느낀다고 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시각이나 촉각, 후각이나 미각을 통한 접촉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한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청각은 아니다). 어떤 악취가 났을 때 당신에게 아무런 해가 없을 거라 느껴도, 그리고 악취에 대해 (또는 악취 나게 만든 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그 냄새에서 벗어나고자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건 일반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에 대한 이성적 반응은 아니지만, 혐오 자극을 피하려 하는 것은 완벽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사실, 단지 두려움에 직면하여 그렇게 한다고 하는 것은 두려움과 혐오를 혼동한 것이다).
한때 팽팽하고 단단했던 피부는 느슨해지고, 처지며, 주름지고, 접혀진다. 겉으로 드러났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나이 들어 육체가 노쇠해지자, 종이처럼 얇아진 피부 껍데기에 대해 눈은 혐오를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내면에 있는 영혼의 성숙과 병행하여 훌륭하게 성숙해지는 징후를 보는 대신, 마치 육체와 피부가 우리를 배반하고 타락해 버렸다는 듯이, 혐오와 우울한 감정을 쉽게 겪는다. 그것은 그리 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혐오를 만지기보다는 피하고 싶어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못생긴 노파가 바로 혐오의 정점에 선다. 혐오의 반대편에 있었던 그녀였는데 이제 나이라는 것이 그녀를 혐오의 아바타로 바꿔놓은 것처럼 말이다. 특히 가슴은 끔찍한 강등을 겪는다(한때 가운데가 쏙 들어갔었던 남성의 배가 중년이 되어 불룩해지는 것과 유사한 비유가 된다). 혐오와 나이는 가차 없이 함께 간다. 그리고 피부는 신뢰할 수 있는 시간 측정기로 작용한다.
당신 자신 몸의 노폐물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사람 노폐물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해 보라. 당신의 똥 냄새는 다른 사람들 똥 냄새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우리 목록에 있는 다른 항목의 혐오 특성도 마찬가지이다. 더러운 손도 자신의 손이냐 아니면 타인의 손이냐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역설이다. 당연히 당신 자신의 몸이 다른 이의 몸보다 당신에게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손에 더러운 것이 이미 묻으면, 이는 내 몸의 다른 쪽으로 옮겨 가기 쉬운데, 말하자면 입 같은 곳에 쉽게 묻을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특히 당신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면, 당신의 더러운 손에 훨씬 더 집착하게 된다. 이는 마치 내 더러움이 당신의 더러움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