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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46420076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1. 번지와 거리 The Number and the Street : 대체 이 집의 주인은 누구?
2. 마을 The Town : 어딘가에서 온 남자
3. 주州 The County : 분필 한 자루
4. 지역 The Country : 잉글랜드, 그들의 잉글랜드
5. 국가 The Nation : 왕국은 어떻게 합쳐졌는가?
6. 대륙 The Continent : 유럽을 하나로 만들려는 시도
7. 반구 The Hemisphere : 나누어진 세상
8. 행성 The Planet : 지구에 발붙이고 산다는 것
9. 태양계 The Solar System : 태양의 품 안에서
10. 은하 The Galaxy : 그곳에 이웃이 있다
11. 우주 The Universe : 모든 것은 그 안에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게는 정확한 우편 주소가 있지만 사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여전히 여기 앉아 있지만, 어림잡아 시간당 600마일-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위로는 시속 1000킬로미터쯤-의 속도로 동쪽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적도에 있다면 음속보다 빠른 시속 1000마일(약 1600킬로미터)로 여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에도 나는 움직이는 표적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단단한 암석 위에 지어진 집이지만, 사암은 눈으로도 보일 만큼 부서지기 쉬운 데다 우리 집이 서 있는 해안 역시 침식이 진행 중이다. 침하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이 세계에서 침몰하고 있는 중이다.
(…) 사정이 이러니, 가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하는 말도 괜한 농담이 아니다.
(1장 번지와 거리)
아무리 동화되려고 노력해도, 새로운 지역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낭만을 깨닫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민 온 나라에서는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물론 동시에 자신이 떠나온 나라에서도 이방인이 된다. 그것이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 어느 한 장소를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어느 한 곳을 떠나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이 어쩌면 그 두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할지도 모른다. 1950년대 소설에서 젊은이들이 툭하면 자아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곤 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이사를 가게 되면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내가 누가 아닌지’를 발견하게 된다.
(2장 마을)
선생님이 칠판에 역사 연표를 적을 때나 산만한 제자에게 분노를 표출하면서(예전에 자주 그랬다) 투척했던 손가락 굵기의 흰색 기둥, 바로 그 분필이 1센티미터 쌓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이 흩날리지 않는 조밀한 해저의 먼지가 1센티미터 쌓이기까지 대략 1000년이 걸린 것으로 추측된다. 10만 년이면 1미터, 100만 년쯤 지나면 10미터 두께로 쌓인다. 현재 서식스 다운스의 백악은 두께가
약 500미터인데, 지금까지 이 백악이 물에 씻기고 바람에 깎이고 비와 바람과 얼음에 긁혀 나가고 바다의 밀물과 썰물에 문질러져 쓸려 나가면서 얼마나 침식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3장 주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