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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47547093
· 쪽수 : 466쪽
· 출판일 : 2021-03-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64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태너스워크가 바로 오른쪽에 있었다. 그 생각만 해도 입이 바싹바싹 말라 애써 숨을 몰아쉬었다. 앨이 날 쫓아낸 지 몇 주 만에 공황 발작이 재발했다. 나는 옛 치료사가 가르쳐 준 명상법을 떠올리려 애썼다. 내 머릿속에서 그녀의 혀 짧은 발음이 둥둥 떠다녔다.
‘고요한 연못을 가로질러 흐르는 잔물결을 상상하세요.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숨을 쉬세요. 모든 게 안전합니다. 아무도 다시는 당신을 해칠 수 없어요….’
공황이 사라지고 심장 박동이 느려졌다. 이제 이상적인 룸메이트가 되는 데 집중할 시간이었다.
나도 내가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사교성이 없고, 신경질적인 데다 겁도 많았다. 게다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일 따위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척할 수 있었다. 그런 짓은 잘했다.
“룸메이트를 뽑는 방법이 좀 우습지?” 그는 그릇에서 라임 한 개를 꺼내 적어도 내 것만큼 날카로운 칼로 흠잡을 데 없이 껍질을 벗겼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집을 나눠 쓸 사람을 찾는 게 아니야. 여긴 그야말로 공동체거든. 잘못 뽑은 룸메이트 때문에 공동체가 망가지게 둘 순 없으니까.” 그가 말했다.
“누가 딱 맞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어?”
“음, 옛날에 몇 번 실수했지. 덕분에 교훈을 얻었어. 그리고 버니스가… 참, 너도 곧 그녀를 만나게 될 거야. 처음부터 여기 살았던 터줏대감인데 아주 직관적인 친구야.”
루카스가 내게 음료수를 건넸다. 얼음 꼭대기에 놓인 라임 조각이 완벽한 나선을 그렸다.
“난 단지 월세를 아껴 보려고 여기 온 거야.” 내가 말했다. “학교 선생이거든.”
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자기 잔에 넘칠 듯 진을 채우고는 토닉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이건 네 직업이 아니라 네가 누구인지에 관한 거야. 다른 지원자들도 모두 마찬가지고. 자, 건배.”
줌은 보면 볼수록 잘생긴 남자였다. 긴 속눈썹 아래로 보이는 눈동자는 뜻밖에도 옅은 녹색이었다. 그리고 루카스처럼 거들먹대지 않았다. “임미, 내가 조언 좀 해도 될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의 조언과 같을지 궁금했다.
“네 발이 널 여기로 데리고 왔을 때처럼 빨리 도망쳐. 서비튼이나 브로클리, 아니면 진짜 인간이 아직 살아 있는 곳에 지원해 봐.”
줌이 또 농담을 하는 걸까. “특별히 나한테만 하는 조언이야? 아니면 모든 지원자에게 그렇게 말했어?”
“딱 봐도 다른 사람들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 사이코패스야. 여기가 아주 잘 맞을걸. 하지만 넌 여기 살기에 너무 착해.”
나는 내 칼과 그걸 들고 온 이유를 생각했다. “속지 마.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뒤틀려 있어. 초등학교 선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지. 나 역시 그들처럼 살 곳이 필요하고.”
줌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분명 경고했어. 하지만 네가 정말로 원한다면 내 표를 너에게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