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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49192383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3-06-07
책 소개
목차
1장 일곱 번째 아들
2장 집을 떠나서
3장 축축한 거리의 13번지
4장 편지
5장 보가트와 마녀
6장 뾰족 구두를 신은 소녀
7장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8장 멀킨 대모
9장 강둑에서
10장 불쌍한 빌리
11장 구덩이
12장 어지러운 자 그리고 절박한 자
13장 털북숭이 돼지
14장 유령 사냥꾼의 충고
토머스 J. 워드 일기장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너한테는 할 일이 있어. 넌 그 일을 해야만 돼. 단지 그 일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해야 돼. 내가 네 아빠하고 결혼한 이유는 네 아빠가 일곱째 아들이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여섯 아들을 낳은 건 너를 낳기 위해서였고. 너는 일곱째 아들이 일곱 번째로 낳은 아들이야. 그래서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어. 너를 가르칠 스승님은 여전히 강하지만 전성기는 오래전에 지났어. 스승님이 활약하는 시대도 결국 끝날 때가 오겠지.
스승님은 거의 육십 년 동안 사방을 돌아다니며 맡은 일을 해냈어.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거지. 이제 조금만 지나면 네 차례가 올 거야. 그런데 네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니? 평범한 사람들을 누가 지키겠니? 그 사람들이 입게 될 해악을 누가 막아 주겠니? 농장과 마을과 읍내를 누가 안전하게 지켜서 여인네들과 아이들이 큰 거리든 골목이든 마음 놓고 돌아다니도록 만들어 주겠니?”
나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어머니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눈물을 참으려고 애쓸 뿐이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울타리를 넘었다. 그리고 유령 사냥꾼을 따라서 봉우리 기슭을 터벅터벅 올라갔다.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면서 새벽빛조차 어두워졌다. 높이 올라갈수록 냉기가 짙어지는 것 같았다. 이윽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냉기가 사무쳐 소름이 돋고 뒷덜미가 오싹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징조였다. 예전에도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뭔가가 가까워질 때마다 나는 그런 냉기를 느끼곤 했다.
봉우리 정상에 오르자 발밑으로 그들을 볼 수 있었다. 100명도 넘을 것 같았다. 나무 한 그루에 두세 명이 매달려 있기도 했다. 넓은 가죽 허리띠에 묵직한 군화를 신은 군복 차림의 사람들이 두 손을 등 뒤로 묶인 채 제각기 몸부림쳤다. 일부는 위에 있는 나뭇가지가 휘어서 이리저리 흔들릴 만큼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일부는 밧줄에 매달린 채 한 번은 이쪽으로 한 번은 저쪽으로 천천히 돌아가기만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강한 바람이 얼굴로 몰아쳤다. 자연이 만든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그 냉기가 너무나 매서웠다. 나무가 활처럼 휘고 잎사귀가 오그라들면서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뭇가지에서 잎이 다 떨어져 나갔다. 바람이 가라앉자 유령 사냥꾼이 내 어깨에 한 손을 올려놓고 나를 목매단 병사들 쪽으로 데려갔다.
그늘 밑에 까만 형체가 있었다. 어두운 그늘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여자애가 보였다. 그 애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처럼 조용히 움직일 뿐 아니라 그 동작이 너무나 부드러워 걷는 게 아니라 공중에 둥둥 떠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여자애는 밝은 햇살 아래로 들어서기 싫은 듯 나무 그늘 경계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제 그만두지그래?”
단순히 묻는 말이었지만, 내 귀에는 명령조로 들렸다.
“네가 무슨 상관인데?”
우두머리가 발끈하며 턱을 앞으로 내밀고 주먹을 쥐었다.
“네가 걱정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야. 싸구려가 돌아왔어.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싸구려가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할 거야.”
여자애가 그늘에서 답했다.
“싸구려?”
우두머리가 물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뼈만 남은 싸구려. 우리 이모. 설마 그 이름을 듣지 못했다고는 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