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88950997939
· 쪽수 : 648쪽
· 출판일 : 2021-11-17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 김정운(문화심리학자)
서문
1 사라진 지식 유토피아, 편지 공화국
2 학문과 국경을 초월한 인문주의자들
3 서지학의 창시자, 문제적 인물 트리테미우스
4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일어난 혁명
5 지식 프로젝트 팀의 탄생과 학문의 진보
6 연대학, 지식 조직화의 원대한 꿈
7 근대 라틴어가 누린 영화와 슬픔
8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영혼의 기업가, 예수회
9 자기 정의를 위한 기독교의 노력 그리고 유대교
10 낭만주의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사상의 역사를 추적하다
11 학문의 역사를 개척한 학자, 마크 패티슨
12 모밀리아노와 새로운 역사기록학의 형성
13 미국의 대학교와 공공 지식인의 삶
14 한나 아렌트와 아이히만을 둘러싼 논쟁
15 구글 제국 시대, 책의 운명
옮긴이의 글
주
책속에서
편지 공화국 시민들은 후원자들이 좋아하는 고대 문헌으로 채워지고 선반에 가지런히 정돈된 인문학 선조들의 흉상이 묵묵히 내려다보는 도서관을 번질나게 드나들었고, 진귀한 유물이 보관된 전시실의 벽과 선반에 예술적으로 진열된 코뿔소 뿔과 스키 및 에트루리아 시대의 무기를 겸허한 자세로 바라보았다. 또 편지 공화국 시민들은 원형의 멋진 해부학 강의실도 자주 찾았다. 그들이 어떤 곳을 주로 찾았든 간에 어떤 곳에서나 그들의 편향되지 않은 폭넓은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모든 곳이 인간과 자연, 과학과 역사를 구체적이고 시각적으로 가르치려는 의도로 구성된 백과사전이자, 새로운 종류의 지식이 구체화되는 실험실이었다.
예컨대 휘호 더 흐로트는 자연법에 대해, 갈릴레이는 자연철학, 즉 물리학에 대해, 존 로크는 재산권에 대해 연구한 글을 남겼다. 합당한 이유로 돈을 요구할 때가 아니면 편지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요즘의 세계에서 이런 편지, 예컨대 라틴어로 된 형식적인 인사말, 소변 분석과 신장결석에 대한 자세한 설명, 점성학에 기초한 예측, 기형아 탄생 등이 언급된 편지는 신기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편지는 공화국의 곳곳을 연결하며 지식의 교환을 자극하는 미약하지만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냈다. 편지 교환의 끈은 모세혈관처럼 길게 이어졌고, 그 가닥을 따라 로마 교황청부터 북부의 칼뱅파 근거지까지,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소식이 전해졌다. 양쪽 모두에 서로 교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