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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52238184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8-02-01
책 소개
목차
1 10
2 25
3 79
4 104
5 151
6 197
『골짜기의 백합』을 찾아서 245
『골짜기의 백합』 바칼로레아 254
리뷰
책속에서
어머니와 함께 파리에서 투르까지 한 여행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나는 내 가슴을 열어 어머니께 나의 애정을 보여드렸다. 계모라도 감동시킬 만한 열변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연극을 한다고 했다. 내가 버림받았다고 불평하면 어머니는 나를 패륜아라고 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 루아르강에 뛰어들려고 다리 위로 달려갔지만 난간이 너무 높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는 내 사랑이 뿌리내릴 수 있는 가슴을 지닌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키 크고 삐쩍 마른, 인정머리 없고 이기적인 그런 여인이었을 뿐이다. 그녀에게는 삶의 모든 일들이 하나의 의무였다. 그녀는 그 의무들을 종교처럼 신봉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약간의 모성애는 형이 다 흡수해버려 내게는 그냥 차갑고 뻣뻣한 여자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 무정한 사람들에게는 무기가 있다. 바로 신랄하게 빈정거리는 버릇이다.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못 하는 나를 비웃음으로써 내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투르로 오면서 은근히 가족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태도로 인해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나는 절망적으로 아버지 서재로 피신했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책들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어머니와의 접촉은 피할 수 있었지만 내 정신건강은 악화되었다.
백작 부인과 나는 각자의 역할을 굳혔다. 백작 부인은 나를 모성애로 감싸주었다. 그녀 앞에서 나의 사랑은 천사처럼 숭고해졌다. 하지만 그녀와 떨어져 있게 되면 붉게 달구어진 쇠처럼 뜨겁게 변해버렸다.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은 그렇게 양면적이었다.
또한 나는 그녀에게 베일에 가려진 사랑이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괴롭지 않았다. 나는 그 번민에서 달콤함을 맛보았고, 말없는 희생 가운데 무언지 모를 충족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손등에 내 입맞춤을 허락했다. 하지만 손바닥은 허락하지 않았다. 두 영혼은 서로를 갈망하며 열정적으로 엉켰지만 육체적 욕망은 철저히 억압했다. 나는 젊었다. 더욱이 그녀가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을 할 때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그녀의 아이들이 곧 내 아이들이었으며, 그녀의 집이 곧 내 집이었다. 그녀의 이해관계가 다 내 이해관계였고 그녀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었다. 나는 곧 그 집안의 식구가 되었고 처음으로 느끼는 그 행복감에 내 영혼 은 위안을 받았다. 남의 집에서 은밀히 안주인의 총애를 받으며 그녀의 사랑의 대상이 되었을 때의 행복은 그런 일을 겪어본 남자만이 안다.
한편 나는 견디기 힘든 백작의 성격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는 사소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푸념을 일삼았고 언제 나 불만족에 가득 차 있었으며 항상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는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 끝에는 항상 아내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으며 그런 한심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어른이면서도 자크와 마들렌을 질투하고 그들처럼 보살핌 받기를 원했다. 나는 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행복해했다. 백작의 사악함을 모두 참아낼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곁에 있기 위해 그의 폭력에 자발적으로 몸을 맡겼다.
당신은 꾸밈이 없고 말투는 온화한 사람, 거만하지 않으면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 노인들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당신은 유치하지 않으면서 친절하고 신중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신중한 건 아주 중요해요. 재치를 발휘해야 하지만 절대로 다른 사람들 광대 노릇을 하면 안 돼요. 내가 이야기한 모든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위가 높으면 그만큼 덕도 높아야 한다)’라는 옛말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답니다.
이제 이런 원칙들을 실제 삶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친구여, 교활함을 이 세상 처세술의 으뜸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지요. 사람들을 이간질해서 그 틈새에 자기 자리를 마련하려는 거지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 의리 있고 정직한 사람이냐, 아니면 모함과 사기를 일삼는 비열 한 사람인가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비열한 사람에게는 정당한 방법으로 맞서야 해요. 적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아가게 될 그 세계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적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줏대가 없다는 뜻이니까요. 당신은 최종 결정을 할 때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만 해요. 그래야 존경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어요. ‘어떤 술책이나 속임수는 결국 탄로가 나서 해를 끼치게 된다, 정직함을 견지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는 거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할게요. ‘노블레스 오블리주예요!’ 그래요. 당신은 선과 덕을 베풀어야 해요. 그러나 고리대금업자가 돈을 빌려주듯이 선을 베풀라는 건 아니에요. 선은 그 자체로 아무 보상 없이 행해져야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도저히 갚기 힘든 그런 덕은 베풀지 말아요. 그러면 상대방은 오히려 당신의 적이 될 겁니다. 너무 무거운 은혜도 사람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을 받지 말아요. 그 누구에게건 매인 사람이 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세요. 자기가 내린 결정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심판해야 해요. 그렇게만 된다면 이미 당신은 평범한 한 개인이 아니라 법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며 국가의 화신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당신 스스로를 심판 내리는 당신에 대한 심판은 아마 훗날 역사가 내리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