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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41601874
· 쪽수 : 532쪽
· 출판일 : 2025-02-27
책 소개
목차
고리오 영감 _7
초판 서문(1835) _421
재판 추가 서문(1835) _435
해설 | 『인간극』이라는 “거대한 건물”의 현관, 『고리오 영감』 _439
부록 | 발자크 시대의 화폐 _499
오노레 드 발자크 연보 _505
책속에서
보케르 부인은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실내 공기를 구역질 한번 하지 않고 들이마신다. 가을날 첫서리처럼 서늘한 표정이며, 무용수들이 애써 짓는 미소와 어음할인업자의 신랄한 찌푸림이 번갈아 나타나는 주름진 눈매, 한마디로 그녀의 모든 면면은 하숙집을 드러내 보여주고, 하숙집은 그녀의 됨됨이를 내포해 보여준다. 간수 없는 감옥은 굴러갈 수 없고 감옥 없는 간수는 있을 수 없는 법, 그녀와 하숙집 둘 중 어느 한쪽이 없는 경우는 상상조차 안 된다.
파리는 말 그대로 하나의 대양이다. 거기에 수심측정기를 던져보라, 그래도 그 대양의 깊이는 도무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파리를 남김없이 답사하고 묘사하겠다고? 파리를 답사하고 묘사한다고 제아무리 공을 들인들, 이 바다의 탐험가들이 제아무리 수가 많고 관심이 높은들, 나중에 항상 또다른 신천지가, 또다른 미지의 존재가, 꽃들이, 진주들이, 괴물들이, 문학의 잠수사들이 잊고 있던 엄청난 어떤 것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날 것이다. 보케르 하숙집은 이러한 흥미를 자극하는 괴이쩍은 곳 중 하나다.
이러한 소규모 집단은 전체 사회의 구성 요소들을 축약해서 보여주기 마련인데, 실제로 그랬다. 저녁식사 자리에 모인 열여덟 명 중에는 학교나 사교계에서 그렇듯 따돌림을 당하는 불쌍한 존재가, 짓궂은 괴롭힘이 집중되는 놀림감이 하나 있었다. 외젠 드 라스티냐크가 하숙집에 기거한 지 두 해를 막 넘길 무렵, 앞으로 두 해는 더 눌러앉아 함께 지내야 할 하숙인 중 그런 놀림감이 된 인물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 천덕꾸러기는 고리오 영감이라 불리는 은퇴한 제면업자로, 화가라면 역사가가 하듯이 그 인물의 머리에 화폭의 모든 빛을 집중시켜 그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