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자] 앙드로마크·페드르](/img_thumb2/978895224348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52243485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12-15
책 소개
목차
앙드로마크
페드르
<앙드로마크·페드르>를 찾아서
<앙드로마크·페드르>바칼로레아
책속에서
그런데 헤르미오네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오, 그런 짓을! 어떻게 그런 짓을!”
그러자 오레스테스가 대답했다.
“용서해주십시오. 우리 병사들이 좀 성급하긴 했습니다. 내가 그를 직접 죽이고 오로지 당신 때문에 죽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공주, 이 죽음은 당신에게 바쳐진 것이니 마땅히 기뻐할 일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명령을 따르고 당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명령을 실행한 데 불과합니다. 그러니 공주께서……”
헤르미오네는 거의 정신이 나가서 소리쳤다.
“닥치세요, 수치심도 없는 사람 같으니! 비열하게 국왕을 죽이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자, 빨리 그리스로 돌아가세요. 나 때문이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마세요. 당신 얼굴은 보기도 싫으니 어서 돌아가세요.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다니! 그대가 얼마나 분노에 휩싸여 있었기에 그 훌륭한 분의 목숨을 그렇게 무참히 끊어놓을 수 있었단 말인가! 잔인한 사람들! 오늘 그분을 살해하고도 조금도 무섭지 않단 말인가! 왜 그분을 암살했지? 무슨 권리가 있다고? 누가 죽이라고 말했어?”
오레스테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오, 신들이시여!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녀 자신이 그를 죽이라고 명령한 것을 신들 모두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왜 그러세요, 왕비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가문의 어른들을 탓하시다니.”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욕된 피를 이어받았어. 아프로디테 여신의 뜻이 그런 거야. 나는 그 욕된 피를 이어받은 마지막 여자로서 비참하게 죽어야만 해.”
“그렇다면 사랑을 하고 계신 겁니까?”
“미칠 것 같은 사랑으로 나는 온몸이 불타고 있어.”
“그렇다면 상대는?”
“아,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나는 사랑하고 있어. 그 이름, 그 숙명의 이름을 입 밖에 내려니 몸이 떨려. 몸서리가 쳐져. 아, 나는 사랑에 빠졌어…….”
“도대체 누구와요?”
“아마존 여왕의 아들. 그토록 오랜 세월 내가 박해를 가해온 그 왕자를!”
그 소리에 에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폴리트 왕자? 오, 이럴 수가!”
“유모, 그건 바로 유모야! 그 이름을 입 밖에 낸 사람은! 나는 아직 그 이름을 내 입에 올리지 않았어!”
에논이 고개를 치켜들고 외쳤다.
“오, 정의를 관장하시는 하늘이시여!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구나! 오, 희망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너무나 큰 죄악이여! 저주스러운 혈통이여! 아, 이곳으로 오지 말았어야 했어! 불행이 도사리고 있는 이 위험한 바닷가 가까이로 오지 말았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