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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88952770356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Part 1 가장 강력한 금지, 자기검열
리시스트라타 · 소송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서부전선 이상 없다 · 두려움 · 클로슈메를 · 장 상퇴유 · 로라의 원형 · 녹색 하인리히 · 티파니에서 아침을 · 지킬 박사와 하이드 · 우어파우스트
Part 2 질서 있는 사회를 위한 금지
사랑의 기술 · 사랑의 치료법 · 비가 · 이비스 · 흑해에서 보낸 편지 · 변신이야기 · 서기 2440년 · 아이네이스 · 1984 · 화씨 451 · 우리들
Part 3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책
돈키호테 · 갈라테아 · 군도 · 결정적 논의 · 어둠 속의 빛
Part 4 악을 근절시키기 위한 분리
오를레앙의 처녀 · 패니 힐 · 금발의 야수 · 파리의 비밀 · 몬테크리스토 백작 · 복 수는 나의 것 · 코카인 · 모피를 입은 비너스 · 아메리칸 사이코 · 피의 3월
Part 5 정신의 지배를 위한 분서
율리시스 · 세계를 뒤흔든 열흘 ·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나 · 시민 톰 페인 · 스파르타쿠스 · 그림자 없는 남자 · 몰타의 매 · 해리 포터 · 다빈치 코드
Part 6 믿음과 권력을 지키기 위한 금지
여행기 · 한 신자의 발언 · 중세 로마 역사 · 삼총사 · 레 미제라블 · 노트르담의 꼽추 · 보바리 부인 · 권력과 영광
Part 7 다양성, 그리고 호기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자연 선택에 따른 종의 기원 · 헌터스 생물학 · 시스터 캐리 · 아메리카의 비극 · 석유 · 톰 아저씨의 오두막 · 로리타 · 꽃의 노트르담 · 양철북 · 한 달 후, 일 년 후
Part 8 지식과 음란에 대한 금지
백과전서 · 무례한 아이들 · 장님에 관한 편지 · 회고 · 바람에 부푼 커튼 · 힉 헥 · 신 쥐스틴 · 쥘리에트 · 민중의 신비
Part 9 부도덕과 독재가 부른 금지
교수 · 늦여름 · 종의 노래 · 악의 꽃 · 이레네 · 파리떼 · 외교관 무솔리니 · 꿀벌통 · 가난한 사람들 · 죽음의 집의 기록 · 백위군 · 소냐의 집 · 닥터 지바고 · 제1원
Part 10 허위와 기만이 낳은 금지
제4의 검열 · 양의 분노 · 열두 번째 반란 · X의 날 · 6월의 5일간 · 나누어진 하늘 · 라잘레 · 콜린 · 이주민 여자 · 값싼 노동자 · 대광장
Part 11 지극히 사적인 금지
모래 위에 지어진 · 온실 · 생의 불꽃 ·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충복 · 안녕, 자네트 · 채털리 부인의 연인 · 나쁜 사절 · 악마의 시 · 루시의 쾌락노트 · 메피스토 · 에즈라
Part 12 미래에 대한 회고
헬로 아가씨와 농부황제 · 검은 열 작전 · 막스와 모리츠 · 호밀밭의 파수꾼 · 핑거스 ·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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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만일 독재자들이 실제로 권력에 사로잡혀 완고하고 분별없이 권력을 믿었다면 현재 세계문학의 현저한 부분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존재는 물론 그들의 이념까지도 없애버릴 수 있다는 모든 시대의 박해자들의 확신이 틀렸음을 잘 보여준다. 교양 있는 왕에서 원시 부족장에 이르기까지, 아우구스투스 황제에서 기독교 수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와 문화의 권력자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념이 법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금서의 역사는 단순히 억압의 사슬, 파괴된 작품과 살해된 작가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권력에 대항해 언어가 거둔 승리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불쾌한 문서들을 조사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고, 파기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과 어마어마한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허사였다. 금지된 원고들은 읽히지 않은 게 없었다. 압류된 서적들은 다른 어느 곳에서든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국가가 불편한 내용의 인터넷 사이트를 자국 내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도 물론 모두 실패로 드러난다. 따라서 금서의 역사는 다름 아닌 책에 저장된 인류 기억의 생존사라고 할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1924, 독일 작가)는 살아생전 마지막 뜻으로 자신의 텍스트를 출간하는 것을 모두 금지했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책상에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쓴 편지가 남아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내 모든 유고… 일기, 원고, 편지”를 “읽지 말고 남김없이” 불태워달라는 것이었다. 카프카는 생전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원고를 언제나 불태워 없애버렸다. 죽기 바로 전까지 베를린에서 같이 살았던 마지막 애인 도라 디아만트는 그가 보는 앞에서 임종 전 몇 달 사이에 쓴 모든 텍스트를(<동굴>을 제외하고) 없애버려야 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유산관리자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유언을 따르지 않는 바람에 오늘날 너무도 유명한 작품인 《성》, 《소송》, 《실종자》 등 몇 편을 구해낼 수 있었다.
독일계인 헬렌 켈러Helen Keller에게도 이 분서 사건을 듣고 경악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 켈러에게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대신해준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독일의 분서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듣고 1933년 5월 10일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지에 독일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게재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희들이 사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독재자들은 이미 분서를 자주 시도했지만 사상은 모든 세력을 다해 맞서 일어나 독재자들을 멸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