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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775016
· 쪽수 : 377쪽
책 소개
목차
다르마 행려 ..........11
해설_ 산문의 천사가 남긴 아름다운 기록 ..........349
잭 케루악 연보 ..........371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몰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뜬금없는 요들 소리를 내곤 했는데, 그건 우리가 모험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되었다. 그저 단순한 ‘요들레이히’였지만, 가장 어색한 순간, 가장 뜻밖의 상황에서 튀어나와 가령, 그의 중국인 친구들과 독일인 친구들이 조용히 둘러앉아 있었을 때라든가 나중에 차 안에서 우리와 바짝 붙어 앉아 있을 때 “요들레이히!”, 그리고 차에서 내려 술집으로 들어갈 때도 역시 “요들레이히!”였다. 자, 이번에는 잠에서 깬 제피가 동이 튼 걸 확인하고는 침낭에서 벌떡 일어나 장작을 구해 와 아직 희미한 모닥불 곁에서 으슬으슬 떨고 있을 때쯤, 몰리가 신경질적이었던 짧은 새벽잠에서 깨어나 하품을 하더니 “요들레이히!”를 외치니, 소리가 멀리 골짜기까지 메아리쳤다.
그러나 어느 날 밤, 난 저녁을 먹고 바람 부는 추운 마당의 어둠을 쳐다보다 그만 너무 우울해져 땅에 몸을 던져 울고 말았다. “난 죽을 거야!” 이 황량하고 야박한 지상의 추위와 외로움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그 순간 자비로운 깨달음의 은총이 눈꺼풀 안에 우유처럼 고이며 따뜻해졌다.
어느 날 밤에는 우비를 입고 엄청난 소나기를 맞으며 앉아, 내 비닐 후드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비와 어울리는 조그만 노래까지 만들어냈다. “빗방울들은 황홀경, 빗방울들은 황홀경과 다르지 않지, 빗방울과 다른 황홀경도 없고, 예! 황홀경은 빗방울, 비야 계속 내려라, 오 구름아!” 이 정도였으니 교차로 상점에서 입담배를 씹으며 막대기를 깎는 어르신들이 언젠가 죽어 사라질 내 기벽에 대해 뭔 얘길 하든, 내가 신경이나 썼겠는가, 어차피 우린 모두 무덤 속에서 껌이 될 운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