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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4436144
· 쪽수 : 740쪽
· 출판일 : 2016-06-17
책 소개
목차
게스트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바버 부인은 계단을 마저 내려오면서 낯을 더욱 붉혔다. 프랜시스의 머리에 얹은 걸레, 걷어 올린 소매, 빨갛게 변한 손, 무릎을 디딘 자국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 하녀용 깔개를 밟고 선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민망해하는 눈치였다. 프랜시스는 그런 표정에 익숙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의 얼굴에서 그 표정을 보았기에 지긋지긋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웃들, 판매원들, 어머니 친구들… 다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거쳤으면서도, 본데 있는 집안의 처녀가 청소부 노릇을 하는 광경 앞에서는 왜인지 몸 둘 바를 모르는 듯했다.
아까 가계부를 정리할 때는 세입자들이 순전히 돈벌이 수단으로, 이를테면 돈다발 두 뭉치쯤으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 뒷걸음으로 움직이며 타일 바닥을 닦아나가다 보니, 세를 준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비로소 실감 났다.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가깝게 지내는 기묘한 경험. 벌거벗은 바버 부인과 그녀 사이에 몇 평짜리 부엌과 얇은 문 한 장밖에 없는, 서로 간의 겉 포장이 벗겨진 듯한 상태. 불현듯 머릿속에 어떤 상상이 떠올랐다. 열기 속에서 발갛게 달아오른 둥근 젖가슴이.
그들은 테이블 너머의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둘 사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고 활력이 도는 듯한…. 프랜시스는 이 느낌을 빗댈 만한 적절한 표현을 요리에서밖에 찾을 수 없었다. 달걀흰자가 뜨거운 물속에서 진줏빛으로 변하는 듯한, 우유 소스가 냄비 안에서 걸쭉해지는 듯한, 미묘하면서도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는 어떤 변화. 바버 부인도 그걸 느꼈을까? 분명 느꼈을 것이다. 그녀는 의아한 눈빛을 띠면서 미소를 굳히더니, 미간을 찡그렸다가 다시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