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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근현대한국문화
· ISBN : 9788954445818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1-02-10
책 소개
목차
서문
프롤로그
1.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
2.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3.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4.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5. 트랜스 마더, 유모
6.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7.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8. 토털 헬스 케어? 물장수
9.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에필로그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진상’ 손님은 한마디로 전화 서비스의 모든 책임을 전화교환수에게만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면 그들은 전화교환수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설마 전화교환수의 노동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말했을 리가 있을까. 전화교환수는 겉으로는 최첨단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신여성의 직업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용 조건이나 노동 환경은 최첨단 미디어 산업에 걸맞지 않게 매우 열악했다.
정조나 식민지 쿠바의 총독 모두 ‘책’ 그 자체를 문제 삼았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전기수가 읽어주는 그러한 책들이 체제와 제도를 옹호하는 책이 아니라 체제를 비판하고 경계하고 조롱하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민중들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찬양하는 책이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경계하는 책, 자신의 억압된 삶을 이야기 속에서나마 탈주할 수 있었던 책을 원했고, 민중들의 이 같은 소망은 언제나 지배자들의 세계관과는 불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경성 시내 평균 요금이 50전 정도였던 인력거에 비해 택시가 비싸긴 했지만, 택시를 타는 특별한 매력을 인력거는 따라갈 수 없었다. 한때 인력거를 이용했던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도 등을 돌려 자동차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31년 택시 요금이 시내 균일 80전이 되자 인력거는 점점 구시대의 퇴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1929년 경성의 인구는 39만여 명이었다. 이 중에서 11만 명이 전차를, 1만명이 버스를 이용했다. 이러한 상황을 인력거꾼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인력거를 자주 이용하는 단골 고객이 있기는 했지만, 기생이나 왕진 가는 의사 정도였다. 택시에 밀린 인력거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