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579719
· 쪽수 : 38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순간은 힘이 세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강렬한 장면들
2부 떠남의 미학
다시 떠나도 될까요?
_펜데믹의 파도를 넘어 파리로 떠나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
_떠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니
아뿔싸, 그때 그 춤을 꼭 췄어야 했는데
_여행이 완성되는 순간
도시 속에 숨 쉬는 녹색 오아시스의 아름다움
_공간을 함께 향유한다는 것
사람 자체가 풍경이 되는 순간
_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또 다른 ‘나’의 발견
_휘트니 미술관의 감동
여행하지 못하는 날들을 위하여
_나의 파리 파파 이야기
어디든 좋다,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_나를 매혹시키는 곳
더 많이, 더 오래 여행하기 위하여
_나의 제로웨이스트 여행법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공간을 꿈꾸며
_걷고 또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
한 달쯤 살아보는 여행의 묘미
_‘여행자’를 넘어 ‘거주자’의 시선으로
3부 내가 사랑한 여행지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찾는 도시, 미국 뉴욕
산봉우리에 펼쳐진 성찰의 바다, 노르웨이 게이랑에르
나를 오롯이 나답게 만들어주는 공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무장해제된 사랑과 치유가 있는 곳, 미국 콩코드
그 어떤 시간도 사라지지 않는 도시, 독일 뮌헨
불안한 현대인을 위한 평온의 장소, 이탈리아 코모 호수
작품과 관객이 하다가 되는 빛의 채석장, 프랑스 레보 드 프로방스
새로운 천 년을 향한 눈부신 도약, 영국 런던
한 달쯤 살아보면 더 좋은 도시, 독일 베를린
모네의 꿈이 실현된 지상의 유토피아, 프랑스 지베르니
온갖 수런거림이 뚝 끊기고 부질없는 집착이 녹아내리는 곳, 페루 마추픽추
어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도시, 쿠바 아바나
라틴 아메리카의 매혹적인 관문, 멕시코 멕시코시티
에메랄드 바다 끝 성곽에서 아이처럼 빛나는 피카소와 만나다, 프랑스 앙티브
살아 있다는 느낌, 함께 뛴다는 느낌, 영국 브라이턴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여행자가 되면 타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진다. 낯선 사람의 앞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볼 수는 없기에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는 시간이 좋아진다. 그 뒷모습에서 때로는 나와 꼭 닮은 마음을, 때로는 나와 전혀 다른 차이를 발견해내곤 미소 짓는다. 사진 속 사람은 그날 내 마음과 꼭 닮은 생각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곳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참 좋은 장소로구나. 이곳은 오래 머무른 채 눈물을 고요히 뚝뚝 흘려도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는, 울기 좋은 장소로구나. 노르웨이의 달스니바 전망대에 앉아 나는 그렇게 오래오래 그리워하고, 실컷 울고, 그리고 괜찮아지고 싶었다. 저 쓸쓸한 여행자의 뒷모습처럼. 저 아름다운 산등성이처럼. 홀로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나무와 산봉우리처럼.
팬데믹의 긴 터널 속에서 고통받는 우리 모두를 생각하며 가장 목마르게 그리웠던 장소는 바로 월든이다. 다시 한 번 월든에 갈 수 있다면 나는 더 깊이 월든의 숲속으로 걷고 또 걸으리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더 깊이 소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리라. 믿을 수 없이 해맑은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월든 호수의 투명함 속으로 기꺼이 풍덩 빠져들리라. 그 추운 가을날에도 거리낌 없이 풍덩, 월든 호수 속으로 빠져들던 사람들의 용기 속에 나도 수줍게 동참해보리라. 소로는 예감하지 않았을까. 우리 인류가 이토록 무분별하게 자연을 착취하고, 자연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독점한다면, 언젠가 팬데믹은 물론 그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들이닥칠 수도 있음을. 소로는 하루 네 시간만 자연 속에서 성실히 노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과 ‘읽고 쓰는 삶’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진정한 삶이 아닌 것, 화려한 장식이나 가면은 과감히 삭제해버리고, 오직 삶의 정수만을 빨아들이는 열정적인 삶을 꿈꾸었다. 나는 월든 호수를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오래오래 바라보며 소로와 월든과 ‘팬데믹 이전’의 삶을 그리워한다. 동시에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인류가 끝내 지켜야 할 하나뿐인 지구에 대한 사랑을 뜨겁게 간직한다.
한 사람의 간절한 이야기가 담긴 모든 장소는 결코 낡거나 닳지 않는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다가 우리가 꺼내 읽을 때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고전문학처럼. 나 혼자만 행복한 삶이 아니라 모두가 더 크고 깊은 사랑으로 연대하는 삶을 꿈꾼 모든 이들의 인생 이야기가 깃든 장소들. 바로 그런 장소들을 향한 우리의 찬란한 여행이 이제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