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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8888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3-04-07
책 소개
목차
전학생의 등장
피망이세요?
전학생의 정체
운동화에 깃든 비밀
시온의 반격
짧은 평화
우리 반 1등의 가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학교에 숨어든 악귀
도서관에서의 결투
다시, 피망이세요?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 전학 왔어?”
“전학 오기 전에는 어디 살았어?”
“너 공부 잘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몇 등이었어?”
“혹시 아이돌 연습생이야?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어?”
와악, 하고 쏟아지는 질문들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시온은 다시 책사엥 엎드렸다. 저를 향한 질문도 아닌데 듣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다. 전학생이 반 아이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려면 족히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그때, 천천히 교실 천장을 훑어보던 준서가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이 동네가 기운이 좋은 것 같아서 이리로 이사 왔어.”
“피망이세요?”
똑같은 목소리가 또 한 번 뒤통수를 때렸다. 목소리는 바로 지척에서 들렸다. 저에게 하는 말이 분명했다.
“예? 피망이요? 잘못…… 어?”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시온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반가운 표정의 시온과 달리 남자아이는 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자아이의 미심쩍은 목소리가 다시 시온을 향했다.
“피망마켓에서 전신거울 무료로 준다고 글 올리셨던 분 아니세요?”
시온이 가져온 전신거울을 힐끔 쳐다보는 남자아이의 얼굴에 ‘맞는 것 같은데’라는 말이 쓰여 있는 듯했다.
“아아, 그 피망?”
시온은 그제야 남자아이가 피망이냐고 물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뒤늦게 우리나라 최대 중고마켓 앱 이름이 ‘피망마켓’이었던 게 기억났다.
“백준서 맞지?”
“모르겠어. 어릴 때부터 그냥 그것들이 보였어. 때로는 검은 그림자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처럼 선명하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본 걸 말할 때마다 난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했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는 영악한 아이 말이야. 사람들은 자기가 보지 못하는 건 믿지 않으니까.”
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도 않았다. 시온은 딱 그 정도의 거리감이 좋았다. 준서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래서 두 사람은 대등했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척 지내고 있어. 그런데 어제 그 사건이 일어난 거지. 가영이는 내가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때 묵묵히 곁을 지켜 준 친구야. 그 순간까지 그것들을 못 본척 할 수는 없잖아.”
“원귀의 뒷덜미를 잡은 건?”
“실은 나도 만져 본 건 처음이야. 아니, 얼굴을 그렇게까지 자세히 본 것도 처음이라고 해야 하나? 지그까지는 도망치기 바빴거든. 단 한 번도 그걸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어.”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세상을 보는 시온 앞에 준서가 나타났다. 시온과 똑같은 세상을 보는 준서가. 그건 시온이 처음 느끼는 동질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