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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9007
· 쪽수 : 132쪽
책 소개
목차
소설 누의 자리
소금의 맛
골목의 근태
에세이 누군가 향을 피웠다, 아니 불부터 붙였던가?
해설 자리 없는 여자들 ― 소영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용량이 큰 말이야. 우리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너무 많기도 하고 하나도 없을 때도 있어. 나는 우리 속에 들어간 적이 별로 없어. 누구도 나를 우리라는 이름으로 환대해주지 않았어. 네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넌 달라. 넌 나를 우리라고 불러주었어. 그런 너를 흔한 말 속에 가두고 싶지 않아. 바흐친이 그랬어. 각 단어는 서로 다른 방향의 사회적 힘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하나의 작은 무대라고. ‘누’라는 무대에 오직 너와 나, 단 두 사람만 올리고 싶어. 이제 ‘누’는 너와 나만을 위한 단어야.
(「누의 자리」)
구멍은 좁고 길어야 한다. 제법 깊이 박힌 원통 속 흙을 모두 파내고 거기에 질척거리는 너의 재를 부었다. 이제 파낸 흙을 다시 채우고 흔적을 지울 차례다. 수백 년 동안 왕을 기다렸던 빈자리 한 귀퉁이가 이제 너의 자리가 될 것이다. 너는 이곳에서 왕을 따돌리고 느긋해진 한 여자와 나란히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휴식할 것이다. 나는 사계절 내내 이곳을 찾아와 너와 함께 산책할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이곳은 누의 자리로 완성될 것이다.
(「누의 자리」)
마스터가 추천하는 레드와인을 세 잔째 청하고 나서 나는 두 가지 설 중 어느 쪽이 하이스미스의 의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까? 네게 물었다. 너는 이번에도 한참을 생각해보다가 대답했다. 하이스미스가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를 떠올렸다면 그것은 소설 속 캐롤과 테레즈의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이겠지요. 만약 「마태복음」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거라면 고통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금은 짜야 한다. 그게 소금의 값이고 소금의 대가이다. 캐롤과 테레즈의 입을 빌리면 이런 말이 되겠지요. 이 사랑은 고통이다. 그게 이 사랑의 값이고 대가이다. 소금은 짜서 소금이고 이 사랑은 고통이지만 끝내 사랑이다.
(「소금의 맛」)